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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1

 

 '폐 끼치지 않는 문화'와 일본인의 장점

 

▲ <B>"폐가 되지 않도록"</B> 정화조 청소차인 것 같다. 통행인에게 폐가 덜 되도록 호스를 고정시키는 발판을 깔고 그 위로 매트를 깔았다. '보행자 통로, 발 밑 조심'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

일본에 살면서 제일 많이 접하고 그래서 제일 인상깊었던 것이, "히토니 메이와쿠 카케나이데!(人に迷惑掛けないで!)" 즉,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말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본인의 많은 장점들은 바로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 더불어 많은 문제점 또한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

처음 일본에 발을 내딛을 때 누구나 느끼는 점 중 하나는 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한국과도 비슷한 건물, 집, 거리인데도 왠지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여기서 품게되는 질문 하나, "이 차이는 도대체 뭐지?"

답은 간단하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쓸고 닦은 결과이다. 남의 눈을 의식한 사람들, 남의 눈치를 볼 줄 아는 사람들, 남 무서운 줄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눈.치.껏. 정리정돈한 결과이다.

요즘 일본은 학생들의 이지메(집단 따돌림)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어른 사회의 이지메도 그에 못지않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이다. 이웃사회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면 내 집앞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집 쓰레기가 이웃집 앞으로 굴러가기 전에, 우리집 낙엽이 옆집까지 날아가기 전에 적어도 하루 한번은 비를 들어야한다.

예전에 일본어 학교에서 만난 필리핀에서 온 친구가 해준 얘기다. 자치회에서 주관하는 동네 대청소 날 아침, 지역주민이 모두 모였다. 그런데 청소할 게 없어서 일찍 해산하고 말았다. 이웃들의 눈을 의식한 주민들이 전날 이미 자기집 앞 청소를 해두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폐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관혼상제가 그렇고, 아이들이 그렇다. 이런 건 눈감아 주는 게 예의다. 이렇게 서로 폐를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 있다. '오타가이사마(お互い様)', 서로 폐를 끼치는 같은 처지라는 말이다. 한국에선 이 오타가이사마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다들 마찬가진데 폐 좀 끼치면 어떠랴 하는 안이한 생각 말이다. 때론 뭐가 남에게 폐가 되는 지도 모르는 것 같은 경우도 허다하고.

일본인들의 장점들, 예를 들면, 친절하다, 겸손하다, 성실하다, 예의바르다, 차분하다, 꼼꼼하다 등은 대부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정신과 관련이 깊다할 수 있다.

 

▲ <B>받은 물건 적는 노트</B> 받은 물건과 준 물건의 내용을 적는 노트. 가계부의 부록이다.

ⓒ2006 장영미


상부상조, 그러나 받은 건 꼭 갚는다

상부상조는 우리에게도 전해져오는 미덕 중 하나다. 지금도 경조사에 있어 부조는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확실히 목돈이 들어가는 경조사에 부조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받을 땐 좋은데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돌려줘야할 부채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가정경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일본인들도 결혼, 장례, 병문안, 출산축하 등의 경조사에 부조나 선물을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는 더 엄격한 격식과 룰이 적용되는 게 다르다. 경사에 내는 부조금 봉투와 조사에 내는 부조금 봉투가 다를 뿐 아니라 그 봉투를 보자기에 싸가지고 가기도 하는데 물론 보자기 색깔이 다르다. 장례식에 입고 가는 옷도 대부분 검은 색이고 아예 문상용으로 검은 예복은 거의 한벌씩 마련해놓는다.

이렇게 부조나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기록을 한다. 받은 사람 이름과 날짜, 금액, 선물내용 등을 적어놓았다가 (이런 용으로 제작된 노트가 판매된다. 가계부 부록으로 딸려있기도 하고) 반드시 감사엽서를 보내고 받은 금액의 20-30%에 해당하는 답례를 보낸다. 즉 주고 받는 걸 정확히 한다.

문상을 가서 3천-5천엔의 부조를 할 경우 6백-천엔 상당의 물건을 답례로 받는다. 나는 녹차를 받아보았다. 이사를 한 후 이웃에 5백-7백엔 상당의 수건이나 과자 등을 돌리면 그 중 몇사람은 비슷한 수준의 물건으로 답례를 한다. 병문안이나 출산 후 병원으로 찾아와 준 경우도 비슷하다. 어쩌면 그렇게 칼같이 기억했다가 답례를 하는 지 놀랄 때가 있다.

요즘 각 가정은 연하엽서를 만드느라 바쁘다. 관제엽서를 그림이나 사진으로 장식해 일년간 신세 진 분들께 신년인사를 하는데 이 때 배달되는 엽서가 40억장 이상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루에 배달된 한다발의 연하엽서는 그 사람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잣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받으면 꼭 답장엽서를 보내야한다. 이걸 안보내면 의가 상할 수 있다.

파고드는 집중력

12월 15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편 제15권이 출간되어 화제다. 15년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 작가의 역사관, 책의 평가는 여기서 논외로 하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역사를 파고든 집중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고교 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30년이 넘게 로마사를 연구해왔다는 작가. 15년 전 1편을 출간하면서 매년 한 권씩 써나가겠다던 약속을 지켜낸 작가.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거대한 작업이다.

일본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집중력이 아닐까싶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매진하는 사람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타쿠'는 일본 태생이다. 일종의 집중력이 빚어낸 집단이 오타쿠들일 것이다. 또한 일본에 쇼쿠닌(장인)들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다.

굳이 오타쿠나 쇼쿠닌까지 가지않더라도 주변의 평범한 일본인들에게서도 이런 특성은 곧잘 발견된다. 이웃에 친하게 지내던 아줌마 중에 아이 셋을 둔 이요코가 있었다. 일주일에 몇번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의 거문고인 오코토를 가르치는 선생이기도한 그녀는 매우 바빴다.

그러나 그녀는 밤마다 집의 평면도를 그리는 게 취미였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자기 집을 짓겠다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은 매일 밤 모눈종이 위에 그려졌다. 해를 거듭하며 그녀의 평면도는 몇권이 쌓였다.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다 참고하면서 평면도는 더욱 그럴 듯 해졌고, 책을 통해 집 짓는 노하우가 늘어갔다. 그러던 그녀가 드디어 집을 지을 것 같다. 아직 비밀스런 얘기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많은 예가 있지만 지면관계상(?) 여기에 다 소개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건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매진할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주위의 일본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파고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밥은 먹어야하니까.

 오마이뉴스 장영미 기자

 


 

‘어둠과 혼돈, 허무’, 일본문화의 단면

만화를 보면 일본이 보인다(1) - ‘염세적 세계관’

▲ 일본만화의 자존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 가장 일본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문화’는 한 민족이나 사회의 정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어떤 민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와 긴밀하면서도 복음이 절실히 필요한 일본을 이해하는데, 대표적 일본 대중문화인 만화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만화는 독특한 염세적 세계관을 투영한다. 그래서 일본만화는 ‘절대 선과 진리를 말하는 단순(?)하고 착한 세계관’에 반하는 어둡고 모호한 세계를 지향한다. 또한 일본만화는 ‘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진 못한다. 애초에 ‘의미’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일본만화를 보다 보면, 처음에 발랄하게 시작한 ‘학원물’조차도 나중에는 자아와 세계로 확장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는 ‘일본이 혼돈의 세계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성진 합동신학교 교수는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국가적으로 기독교를 반대했다”며 “따라서 ‘선-악이 뚜렷한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대한 거부감이 현재 일본 만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일본만화들이 모호한 결론을 선호한다. 그래서 결말을 보고 나서, 찜찜한 느낌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같은 작품이다. 높은 완성도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이 만화의 완결편이 나왔을 때, 독자들 사이에서는 결말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분분했다.

또한 일본만화에는 외국인은 설명하기 힘든, 묘하게 기분 나쁜 어두움이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 '매트릭스' 감독 워쇼스키가 탐닉했던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속에서 인간 실존을 묻는다.

이는 단지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한 ‘공각기동대’ 같은 만화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나 ‘마르스’같은 청춘∙학원물에서도 주인공은 운명적 비극성에 묶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움이 일본인에게 주는 느낌은 생경함이 아닌 익숙함이라고 한다. 한 교수는 “일본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신사’의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에 익숙하다”며 “이 어두움은 이들에게 오히려 ‘아, 이래서 산다’라는 푸근함을 준다”고 주장했다.

‘왜 사는가’보다 ‘일단 살아’의 논리

일본만화는 ‘왜 살아야 하는가’보다 ‘어쨌든 살아남으란 말이야’에 초점을 맞춘다. ‘진리는 유일하다’라는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적으로 기댈 곳이 없는 일본인은 대신 일에 몰두한다. 이는 작게는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크게는 장인정신으로 나타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스포츠물이나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그린 만화들이다. 이러한 만화들에서 주인공의 천재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예로 ‘일본 스포츠만화의 대명사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늘 천재임을 주장하지만, 알고 보면 극한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사나이다. 또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피아노의 숲’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천재성과 열정을 가지고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만화들은 보는 이에게 카타르시스와 삶에 대한 열정을 회복시켜 주기도 한다. 이에 힘입어 실제로 일본에서는 ‘슬램덩크식 성공학’이 큰 지지를 받은 사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응교 와세다 대학 객원교수는 칼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로 그 허무함을 설명했다.

그는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들은 ‘그걸로 좋아, 함께 살아가자’고 한다”며 “그러나 지겨운 세상을 ‘살아라’라고만 외치는 것은 공허한 담론”이라고 지적했다.

서은하 기자 sarah@googood.com

 


 

일본 학교 이지메는 ‘사회현상의 축도’

잇단 자살을 부르고 있는 학교 '이지메'(집단 괴롭힘)가 일본 열도를 다시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일본 정부는 자살 자제를 호소하며 총체적 대책마련에 뛰어들었지만 자살 '광풍'(狂風)은 날로 거세질 뿐이다.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일본 '이지메 악몽'의 배경은 무엇이며 그 파장의 끝은 어디인가.

◇ 꼬리 무는 자살..학교 '쉬쉬'속 곪아 터져 = '이지메 자살'을 예고한 편지가 문부과학상 앞으로 배달된 지난 7일 이래 총 3명의 남녀 중학생이 자살했다. 급우들로부터 돈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받거나 체육시간에 골탕을 먹는 등 전형적인 이지메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예고 편지도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10통을 넘었다.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13일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 12월 10일 죽겠다"라는 한 중학생의 예고 글이 나붙어 해당 학교가 초긴장에 빠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11-12일 성인 1천753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2%가 학창시절 이지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젊을수록 "있었다"는 응답비율이 높아 20-30대는 80% 수준에 달했다.

일본 학교의 뿌리깊은 이지메 문제는 일선 학교를 비롯한 교육당국이 '쉬쉬'하며 은폐하는 사이 다시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다. 12일 자살한 기타규슈(北九州)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56)은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에서 최근 5학년 여학생(10)의 이지메를 알고도 교육위원회에 단순 '금전문제'라고 거짓 보고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이지메 자살이 한 건도 없었다고 밝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실체가 드러나자 뒤늦게 인정했다. 지난 1991년 중학생 딸이 자살한 A(60)씨는 "어떤 경우라도 학교는 함구령을 중단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딸의 자살원인을 밝히기 위해 학생들의 작문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 '사회적 이지메' 빈번..재일조선인 때리기 전형 = 일본은 학교 이지메 뿐 아니라 성인에 대한 이지메로 논란을 빚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취재나 자원봉사 등을 위해 이라크에 들어갔다가 저항세력에 억류됐던 다카도 나호코(高遠菜穗)씨 등 활동가들의 경우. 당시 이들의 일본 가족들에게는 '자업자득'이라고 쓰인 엽서가 날라오거나 "죽어버려"라는 전화와 팩스가 잇따르는 등 각종 중상모략과 비방이 빗발쳤다.

당시 이들에게 이지메를 가한 쪽은 "누가 사지(死地)에 가라고 강요했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병했던 일본 정부도 이른바 '자기책임론'을 거론하며 이지메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이즈미 당시 총리는 "정부는 올 들어 13차례나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라고 권고했다"며 억류된 활동가들을 공박했다.

총련계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때리기'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이 공식화된 뒤 시작돼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점차 노골화돼왔다. 미사일 발사 후인 지난 9월 총련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앙본부에 협박문과 함께 사람의 잘린 새끼손가락이 들어 있는 봉투가 배달되는 등 테러에 가까운 괴롭힘이 잇따랐다.

서충언 총련 국제국장은 지난 9일 도쿄의 일본특파원협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발사 이래 총련계 학생들은 이지메가 두려워 자신의 실명을 숨겨야 했으며 여학생들은 '치마 저고리'를 입을 수 없게됐다고 호소했다.

이지메 전문가인 모리타 요우지(森田洋司) 오사카쇼인여자대학 교수는 요미우리(讀賣)신문 대담에서 "일본 사회 전체에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 보신의식이 강하다"며 "거기에 (이지메) 방관자가 생겨나는 배경이 있다"며 일본사회는 아직 시민의식이 미약하며 미성숙하다고 지적했다.

◇ 전통.애국중시 '아베 교육개혁' 배타의식 조장 우려 = 일왕을 정점으로 한 이른바 '만세일계'(万世一系)로 상징되는 '순혈주의'의 의식이 강한 일본 사회는 이질적 존재를 구별하는 경향이 유독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랜 기간에 걸쳤던 재일교포 차별과 아직도 그 벽이 견고한 지방정치에의 외국인 참여 불허 등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교 이지메는 사회 전체에 스며 있는 이러한 배타의식이 교실에 반영된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베 정권'이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중인 교육기본법 개정은 일본 사회의 배타주의 양상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행 교육기본법(1947년 제정)이 민주.시민의식의 고양이라는 관점에서 '개인'의 가치를 중시했던데 비해 개정안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전통중시'를 주창하는 등 '우리 것'을 유독 강조하는 동시에 공부 잘하는 '강한 아이'를 길러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모리타 교수는 "이지메는 이지메하는 아이, 이지메 당하는 아이 밖에 이지메를 지켜보는 관중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방관자라는 4층 구조로 진행된다"며 "이지메를 멈추게 하는 중재자가 길러지지 않으면 사태는 심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의 부조리에 냉소하기 보다는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시민의식과 연대감의 함양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일본인들은 왜 만화에 빠져드나

가장 인기 좋은 잡지는 만화 잡지다

노숙자는 일본에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노숙자와는 다르다. 그들은 절대 남에게 피해가게 행동하지 않는다. 해 떨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날 밝으면 정리 정돈을 깔끔하게 하는 그들을 보면서 일본인 특유의 사고방식은 노숙자도 예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노숙자 하면 연상되는 술판은 찾을 수 없었다. 술병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신문을 보거나 만화잡지를 보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노숙자들. 신주쿠 중앙공원 길가에서 만난 한 노숙자는 수십 권의 만화책을 쌓아놓고 있었다. 이쯤 되면 노숙자라고 부르기에 앞서 '만화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술 대신 만화? 일본인들의 못말리는 만화사랑

일본인의 만화사랑을 단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든 예지만 이처럼 만화와 일본인, 일본인과 만화는 부모와 자식처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들은 왜 만화에 빠져드는 걸까? 만화의 어떤 힘이 그들을 사로잡는 걸까? 재미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만화는 한국에도 많다. 그럼 한국 사람도 일본처럼 만화에 살고 만화에 죽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만화는 일본처럼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해답을 얻기 전에 일본에서 24년여 생활해 온 릿교대 이종원 교수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일본과 한국 사람의 외모는 닮은 듯하지만 행동방식은 180도 다르다. 한국 사람은 화나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일본 사람은 새파랗게 되면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한국 사람은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감정을 숨기는 사람은 비겁자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인은 표현하지 않는다.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은 어린애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한국 사람은 문제제기를 위해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만, 일본인은 테이블 아래에 숨긴다. 서로서로 문제를 알기 때문에 취급을 안 하면서 가까워져 가면서 저절로 녹여간다.


이런 게 한국인과 일본인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본사람을 '친절함'으로 인식한다. 언제나 웃고, 언제나 예의바른 일본인. 때문에 아무리 과격한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일본인과 싸우기란 쉽지 않다. 우리말에 있듯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때문이다.

만화는 속마음의 해방구

그래도 일본사람들도 인간인데, 감정이 있는 동물인데, 정말 친절하고 기분이 좋아서 언제나 웃고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나온 말이 '혼네(ほんね)'다. 문제를 테이블 아래로 숨기듯,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가식이고 이중인격자라고도 할 수 있다.

 

 

▲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상품으로 응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모델의 원조 격인 만화는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만화 등장인물 복장을 한 여자가 메이드(시중을 들어주는 하녀)카페를 홍보하고 있다.

 

ⓒ2006 맛객

일본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급정거를 해서 앞을 보니, 앞 택시가 손님을 내려주기 위해 급하게 멈춰 섰다. 내가 탄 택시기사는 "빵!" 클랙슨을 한 번 누르고 다시 출발한다. 뒷좌석에서 기사의 얼굴을 바라보니 분명 화가 나긴 했는데 입을 꼭 다물고 있다. 한국 기사라면 벌써 강아지(개 새끼)부터 찾았을 텐데 꾹 참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그들이 좋아하는 게 만화다. 무슨 얘긴가? 아니 만화라는 게 뭔가? 만화는 캐릭터(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과장되어 표현된다. 화난 상태라면 엄청 화나게, 웃고 있다면 숨 넘어 갈 정도로 감정을 과장 시킨다.

어쩌면 일본인들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삶을 살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만화를 통해 배설하는지도 모른다. 실생활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분노와 슬픔, 아픔 같은 감정을 만화 속 캐릭터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는 건 아닐까? 즉, 혼네의 탈출구가 만화라는 거다.

대리만족은 영화를 통해서도 할 수 있지 않는가? 반문할 수도 있다.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라면 개인 대 단체에 있다. 만화는 혼자서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무런 방해도 없이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수십 수백 명과 함께 봐야 한다. 개인의 생활과 공간을 남과 공유하길 싫어하는 일본인 특성을 파악한다면, 왜 영화보다 만화인지 쉽게 수긍이 간다.

혼네, 익명성의 인터넷 공간에는 없다

<오마이뉴스 재팬> 도리고에 ㅤ슌타로 편집장은 일본의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격 표적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반면에 도리고에는 거침없는 언변과 주장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도리고에는 한국인"이라는 소리도 듣는다는 도리고에 편집장은 말한다.

"온라인상에서는 한국을 비난하는 글들이 난무하는데 그 사람들은 대부분 익명이다."

그렇다. 익명일 때는 일본 사람도 한국 사람처럼 과격해지고 남을 욕하기도 한다. 다만 그들의 사고방식에 의해 대인관계에서는 속마음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과장된 캐릭터나 과격한 만화를 보면서 숨겨놓은 속마음을 발산시킨다.

그런 일본인의 생활이 만화를 발전시킨 힘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오늘날 만화는 일본문화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생활 속 곳곳에서 만화와 함께하는 일본, 만약 그들의 삶속에서 만화가 없었다면 '혼네'와 '다테마에'로 대변되는 사고방식도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김용철 기자

오마이뉴스 2006-12-21

 


 

 ‘엽기문화’하면 왜 일본이 떠오를까?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 음란하고 충격적 장면 거침없이 등장

전 세계적으로 엽기문화가 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일본만큼 엽기문화가 발달한 곳도 드물다. 토막살인 등 선혈이 낭자한 기괴한 살인이야기나 강간, 사디즘과 마조히즘(SM) 등 변태적 성(性)을 다룬 이야기가 대중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며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영화와 드라마,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미술 등에는 유난히 ‘엽기 소재’가 자주 활용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소아기호증(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과의 성적 접촉을 선호하거나 이에 대한 상상을 통해서만 성적 흥분이 일어나는 정신 질환)을 버젓이 드러내고, 평범한 성인용 잡지라도 한 코너에는 SM에 대한 지면을 할애한다. 특히 에로만화로 구성된 수십 종의 잡지는 저마다 5만~10만 부 가량 발행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어린 소녀 얼굴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에로만화와 12세 소녀가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집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인 사진작가 노부요시 아라키는 40여 년 간 ‘성애’를 주제로 여성의 나체와 꽃을 주로 찍었다. 그런데 여성의 나체는 주로 동아줄이나 쇠사슬에 묶여 있거나 기둥이나 천장에 매달려 있고 그들의 성기나 성적 행동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2002년 11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 작가의 사진전이 서울의 일민미술관에서 열렸을 때 몇몇 페미니스트와 여성 미술인들은 “아라키 전시회가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과 왜곡된 시선을 담아내고 있는 여성에 대한 테러이자 여성 학대 프로젝트”라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무라이 유산·오타쿠 집단과 관련

영화 ‘감각의 제국’ ‘기묘한 서커스’ ‘자살클럽’ ‘버수스’ ‘이치 더 킬러’ 등은 일본 하드코어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감각의 제국’은 어느 기생이 사랑하는 남자를 영원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교살한 뒤 성기를 잘라버린 실화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또 ‘기묘한 서커스’는 훔쳐보기, 근친상간, 불구, 섹스중독, 난교, 자해, 사지절단 등 음란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일본의 엽기물 중 으뜸은 ‘기니아피그’ 시리즈. 미국의 영화배우 찰리 쉰이 이 영화를 보다 ‘스너프(실제 살인이 행해지는 것을 촬영한 영화)’라며 경찰에 신고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기니아피그 제3탄-혈육의 꽃’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거리에서 지나가던 여자를 납치해 밀폐된 공간에서 사지를 묶고 팔, 다리, 목, 팔목, 발목, 안구 등 여자의 신체부위를 잘라낸다. 그런 다음 잘라낸 머리를 들고 키스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기니아피그’ 시리즈는 총 8편까지 소개됐으며 그 중 2개는 메이킹 필름이다.

애니메이션 ‘초신전설 우르츠키 동자’ ‘음수학원’ ‘요수도시’ ‘카이트’나 만화가 헨마루를 필두로 한 포르노 만화들, 그리고 무라카미 류의 ‘토파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코인 로커 베이비즈’ ‘러브 앤 팝’ ‘인 더 미소 수프’ 등 흔히 ‘변태’라고 불리는 온갖 행위나 연쇄살인이 상세히 묘사되는 엽기적인 소설이 일본에는 많다. 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요즘 국내 청소년 네티즌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잔혹 동화 만들기의 시초 역시 1999년 일본인 작가 기류 미사오의 베스트셀러 소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 동화’다. 잔혹동화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오랫동안 읽혀진 그림형제 동화의 초판 원고와 학자들의 분석에다 작가의 상상을 덧붙여 근친상간과 엽기적 폭력성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엽기문화가 특히 일본에서 발전한 것은 사무라이 유산 그리고 오타쿠 집단과 관련이 있다. 일본문화평론가인 김봉석씨는 “일본 전국시대와 달리 에도시대엔 전쟁이 사라지면서 사무라이들은 여흥의 방편으로 대중문화를 만들어 즐겼기 때문에 일본의 대중문화의 시초를 흔히 에도시대로 본다”며 “사무라이 문화라는 게 다분히 폭력인데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와 달리 성적으로도 개방돼 있어 대중문화에도 이 같은 성향이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타쿠는 1983년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컴퓨터나 인형, 만화, 비디오게임 등 한 분야에 열중하는 마니아보다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친구나 가족 등 현실세계의 타인과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대신 화상과 인공 세계에 빠져 지내는 외톨이들이다. 일본에서 기자생활을 해온 프랑스인 에티엔 바랄은 저서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에서 “가공의 세계에 도피한 그들은 그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그 어느 부분도 미지의 상태로 남겨두지 않는다”며 “타자와의 관계를 두려워하는 오타쿠 세대는 고립된 방에서 TV와 비디오, 컴퓨터를 통해 섹스, 죽음, 고통 또는 폭력과 관련한 금기들을 위반한 권리를 얻는다”고 기록했다. 일본사회에서조차 사이코 취급을 받던 오타쿠는 2007년 현재 30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일본에서는 오타쿠 집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에’ 현상이 주목을 끌고 있는데 ‘모에’는 미소녀, 고양이 등 어떤 인물이나 물건에 대해 깊은 감정을 품는 것을 말한다. 오타쿠 집단은 일본 엽기문화의 중요한 소비자인 셈이다.

“엽기문화 소비자는 일부에 불과”

일본문화전문가인 김지룡씨는 “집단주의와 원칙을 중시하는 일본사회는 그 구성원이 굉장히 억눌린 삶을 살 수밖에 없고 패자부활전도 쉽지 않다”며 “때문에 좀처럼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는 일본인들은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굴절된 욕망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엽기문화의 발달을 불러왔다”고 해석했다. 김씨는 그러나 “일본에서 고강도의 엽기코드 작품들이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보고 놀랄 수 있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일본인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엽기문화의 폐해는 없는 것일까. 일본에서는 ‘콘크리트 살인사건’(1989년, 10대 남학생들이 길 가던 여고생을 납치해 40여 일 간 성폭행과 잔혹한 고문을 일삼은 끝에 사망하자 시체를 드럼통에 넣은 후 콘크리트를 채워 숨긴 사건), ‘고베연쇄살인사건’(1997년, 쾌락을 위해 중학생이 초등학생의 머리를 절단해 학교 정문 앞에 놓은 사건) 등 유난히 청소년들의 엽기적인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1989년 4명의 소녀를 연쇄살해한 27살의 미야자키 쓰토무의 방에서 기니아피그 테이프를 비롯한 엽기영상물이 나왔고, 무라카미 류의 소설 ‘코인 로커 베이비즈’가 나온 후엔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아기를 버리는 일이 숱하게 일어난 것도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7년 5월 10일

 


 

'전자게임 모방 살인사건에 충격'

[앵커멘트]

일본에서 폭력 전자게임을 모방한 살인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도쿄에서 김상우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행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1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크게 다치게 한 용의자입니다.

24살 가나가와 마사히로는 범행 후 빨리 자신을 잡아보라고 경찰에 전화를 거는 등 상식을 뛰어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용의자는 초중고 시절 착실한 학생으로 게임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용의자 고등학교 모교 교감]
"말수가 적고 온화하고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일정한 직업없이 아르바이트만 해 온 이른바 '프리터'로 체포 당시 최신 휴대용 게임 소프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흉기를 휘두르며 행인들을 잇달아 쓰러뜨리는 내용으로 이번 범행 수법과 비슷합니다.

[인터뷰:용의자 고교 후배]
"취미는 게임이 아닙니까. 격투 게임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5년전 도쿄에서 열린 게임 대회에 출전해 지역 부문 준우승을 했을 때 모습입니다. 친구와 선후배들 사이에서 승부욕이 매우 강한 게임광으로 통했습니다.

[인터뷰:용의자 후배]
"조금 이성을 쉽게 잃는 면이 있었습니다. (게임에) 내가 3번 이기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일본에서는 영어 '프리'와 '아르바이터'를 합쳐 '프리터'라고 부릅니다.

계약직인 아르바이트만으로 살아가는 20~30대를 말하는데 수백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 프리타 가운데 게임광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들에 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김상우[ kimsang@ytn.co.kr ]입니다.

 


 

트럭으로 치고 공공장소 불지르고 일본은 ‘도리마’ 공포

기사입력 2008-10-20 19:55 [한겨레] 일본에서는 뚜렷한 동기없이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묻지마 살인’ 사건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올해에는 예전에 볼수 없었던 끔찍한 대형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일본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1일 자정께 40대 실직 남성이 오사카 시내 디브이디(DVD)방에 불을 질러 16명을 숨지게 했다. 앞서 지난 6월9일 대낮 20대 비정규직 남성이 도쿄의 전기전자 제품 밀집지역인 아키하바라의 ‘보행자 천국’을 트럭으로 밀어붙인 뒤 흉기를 마구 휘둘러 7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일본 경찰청 통계를 보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고 해서 ‘길거리의 악마’라는 뜻의 ‘도리마’사건은 1998년 이후 올 6월까지 10년 동안 67건에 이른다. 2006년 4건, 2007년 8건에 이어, 올해 6월 현재 벌써 5건이 발생했다. 일본의 묻지마 살인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들은 절망감과 고독감에 시달리는 20~40대 남성들로, 생면부지의 타인에 대해 자포자기식 반사회적 범행을 저지르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발생한 도리마 사건 5건 가운데 4건의 범행동기는 ‘(범행 대상은) 누구라도 좋다’며 삶에 절망해 차라리 죽고 싶다는 심정으로 저지른 범죄들이다. 범인들은 대체로 반사회적 태도, 가학적 성격, 어두운 가족사, 열등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최근 <사형>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겸 영화감독 모리 다쓰야는 “이런 범죄는 자살 희망의 다른 면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본다”며 “한해 3만명 이상 자살하는 상황에서 사형을 바라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키하바라 도리마 사건을 저지른 파견사원 가토 도모히로(25)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고용 형태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 심한 고립감과 자조감을 인터넷에 털어놓으며 “승자는 모두 죽여버려”라는 글을 남기고 예고한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디브이디방에 불을 지른 46살 무직남성 오가와 가즈히로는 “사는 게 싫다. 빨리 죽고 싶다”며 우발적으로 불을 지폈다가 무고한 생명 1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희생자 가운데는 파산한 뒤 하룻밤 2천엔 이하의 값싼 디브이디방을 숙소 삼아 재기를 도모하던 50대 전 기업체 경영자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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