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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권정치-2 (기사 자료)

  

 美 농무부 <빈곤연례보고서>, "미국 빈곤률 25년내 최악"

 

미국에서 약 1천2백만 가구가 가난으로 인한 끼니 걱정에 시달리고 이들 가운데 32%에 달하는 3백80만가구는 실제로 식료품이 떨어져 끼니를 거른 적이 있었다고 미국 농무부가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숫자는 2001년(3백50만가구)에 비해선 8.6%, 2000년보다는 13% 증가한 수치여서, 미국의 절대빈곤인구는 3년 연속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美인구조사국 통계, 빈곤층 3천4백46만명

미 농무부가 5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인구조사국의 조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미국내 절대빈곤층은 미국내 전체가구(1억8백만)의 11%인 약 1천2백만가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1년보다 5%, 2000년에 비해서는 8%가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끼니를 걱정하는 가정에서도 아이들만큼은 굶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지난해 26만5천여 가정에서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사태가 빈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26일 발표된 인구조사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빈곤층 숫자는 전년보다 1천7백만명 증가한 3천4백46만명으로 집계됐다.

미국같이 식료품이 넘쳐나고 성인 중 65%, 어린이의 13%가 비만인 나라에서 어떻게 기아문제가 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 바바라 랄라이아 영양학 교수(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학)는 "기아와 비만은 빈곤층에게 동시에 나타난다"며 "이는 빈곤계층이 영양가가 없는 고칼로리의 정크푸드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량대책연구소 소장인 짐 웨일은 "빈곤층은 한정된 임금에서 집세 등 고정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식료품비용은 일차적인 삭감대상이 된다"며 "많은 가정이 여전히 지난 2001년이래의 불경기로 빈곤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임금은 97년의 시간당 5.15달러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며 부시 행정부를 비판했다.

"고용빈곤층 증가가 미국내 기아문제 악화"

미 농무부가 1995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빈곤연례보고서에 의하면 빈곤과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계층은 주로 히스패닉, 흑인, 비혼모 가정으로, 이들은 주로 도심 중심부 저소득층 지역에 거주하며 남서부주에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9월26일 인구조사국의 빈곤인구(3천 4백 46만명) 발표시, 데이비드 위스 스탠더스 엔 푸어스 경제분석 담당관은 "미국내에서 고용 빈곤화(hiring slump)가 진행되면서 기아문제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의 비용 삭감을 위한 정리해고 급증으로 실업기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복지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AP 통신에 의하면 2000~2002년의 미국의 빈곤율은 최근 25년 동안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헤리티지 재단에서 빈곤문제를 연구하는 로버트 랙터는 "장기 불황과 실업자문제, 최근의 전반적인 임금 저하는 1990년대 경제붐의 덕을 전혀 받지 못했다. 경제가 전혀 직업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서영/기자

프레시안 2003.11.2

 


 

"체니 1천8백만달러, 핼리버튼 1백10억달러 챙겨"

 

김재명의 뉴욕통신 27 - 체니 부통령과 핼리버튼의 정경유착 내막
“부통령은 1천8백만 달러 주식 옵션, 기업은 1백10억 달러 챙겼다“

  
  미 부통령 딕 체니는 2001년 9.11사건 이전부터 이라크 침공을 부르짖어온 매파(the hawk)들의 좌장 격인 인물이다. 부시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가닥을 잡는 에너지특위(Energy Task Force)를 이끌면서 이라크 침공을 선창해 왔었다. 부시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폴 오닐의 폭로를 바탕으로 미 언론인 론 서스킨드가 올해 초에 펴낸 『충성의 대가』(The Price of Royalty)에는 “딕 체니 부통령은 9.11 테러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라크 침공을 선동했다”는 증언이 담겨 있다.
  
  부시의 테러전쟁과 이라크 침공으로 최대호황을 맞은 기업은 딕 체니가 5년간 CEO로 몸담았던 핼리버튼이다.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를 짓고, 이라크 석유시설 복구사업을 독점, 이라크에서만 110억 달러를 벌었다(핼리버튼 다음이 28억 달러 계약고를 기록한 벡텔 그룹이다). 핼리버튼의 이라크 재건사업 독점계약의 배후엔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있다. 시사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 최근호는 “계약 스포츠 : 부통령은 핼리버튼을 위해 뭘 했는가”란 제목 아래 딕 체니-핼리버튼 정경유착의 검은 내막을 파헤쳤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체제가 무너진 과도기의 혼란 속에 핼리버튼이 이라크 특수(特需)로 떼돈을 벌고 있고, 그 배경엔 딕 체니의 정치적 입김이 서려 있다는 비판이 이 기사의 요점이다.

 





딕 체니 미 부통령. 이라크 재건사업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핼리버튼과 체니 부통령의 정경유착은 미국의 정실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백악관

 

 이 기사를 쓴 제인 메이어 기자는 △딕 체니가 경영자(CEO)로 몸 담았던 핼리버튼에 1,800만 달러 어치 주식 옵션 보유하고 있고 △시니어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1989-92년)으로 있으면서 핼리버튼과 관계를 맺었고 △핼리버튼 CEO 시절(1995-2000년) 외국 자회사들을 동원, 미국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이라크, 리비아, 이란과 모두 거래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즈음, 핼리버튼은 “이라크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라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체니의 영향력 덕분에 이라크 재건사업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핼리버튼은 각종 바가지 요금과 과당청구로 폭리를 챙겨왔다고 비판한다. 미 관급공사가 정치헌금 신세 갚는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그 주요내용을 옮겨본다.(이 글은 시사월간지 <신동아> 3월호에 필자가 정리한 글을 다시 요약한 것임).
  
  미 부통령 딕 체니는 말이나 행동을 조심스레 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체니는 1941년 미 네브래스카주에서 태어나 워싱턴의 권부(權府)에 자리잡기까지 63년 동안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이력서엔 한 부분이 실종돼 있다. 부통령이 되기 직전까지 큰 돈을 벌었던 5년 동안(1995-2000년)의 행적이다. 체니의 개인 이력서엔 단지 ‘경영자’(businessman)로 간단히 쓰여져 있지만, 그는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석유-가스 관련사업체인 핼리버튼(Halliburton)의 경영책임자(CEO)였다. 그는 정경유착을 통해 기업 매출액을 늘렸고 그 과정에서 그 자신도 부(富)의 성을 쌓아올렸다.
  
  1,800만 달러의 주식 옵션
  
  체니는 핼리버튼에서 5년 일하는 동안 무려 4,400만 달러를 벌었다. 비록 체니 자신은 “지금은 핼리버튼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핼리버튼으로부터 해마다 평균 15만 달러씩의 돈을 (부통령을 그만 둔 뒤에) 받기로 돼있다. 그뿐 아니다. 체니는 무려 1,800만 달러 어치의 주식 옵션을 갖고 있다. 체니는 그것을 언젠가는 자선기관에 기부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핼리버튼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진 못한다.
  
  핼리버튼은 미 민주당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 비판자들로부터 걸핏하면 공격의 과녁이 돼왔다. 핼리버튼은 현재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서 미국 기업으론 가장 큰 110억 달러 어치의 계약을 맺어, 이라크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많은 반전론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 뒤에 숨어있는 침공 동기를 핼리버튼에 대한 특혜와 관련지어 비판한다. 마치 1960년대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 당시 ‘베트남 특수’를 맞아 떼돈을 벌었던 다우 케미칼(Dow Chemical)처럼, 핼리버튼은 반(反)부시전선에 선 사람들에겐 상징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이를테면, 아이오와주 예선에서 승리하던 날 밤에, 미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 존 케리는 부시행정부가 핼리버튼에 준 이라크 특혜를 세차게 비난했다.
  
  지금껏 체니는 “나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계약을 둘러싼 미 행정부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9월 미 NBC TV방송의 간판프로인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서도 ”나는 (핼리버튼의 이라크 특혜와 관련,) 절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고, 개입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계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체니는 ”핼리버튼이 매우 독특한 회사다. 핼리버튼만큼 대규모 엔지니어링 건설능력과 유전지대 작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핼리버튼과의 ‘특수관계’를 묻는 언론사들의 질문 공세엔 구체적으로 답변하길 거부해왔다. 그는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뿌리치면서, 대변인 케빈 켈름스로 하여금 읽어보나마나 한 형식적인 답변을 인터넷 이메일로 보내곤 했다.
  
  "이라크는 제2의 골드러시 기회”
  
  핼리버튼은 이라크 재건사업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쿠웨이트에서 사들인 석유를 이라크로 넘기면서 미 정부에 6,100만 달러를 바가지 씌운 일도 벌어졌다. 핼리버튼은 석유 1갤런 당 2.38 달러를 매겼지만, 펜타곤(미 국방부) 회계감사원은 1갤런 당 1달러씩 바가지라는 걸 밝혀냈다. 비록 핼리버튼이 “우린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펜타곤 감사관은 조사위 구성을 고려중이다

 핼리버튼은 쿠웨이트 미군기지 장병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면서 무려 6,100만 달러를 바가지 씌운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월에는 핼리버튼의 두 임원이 쿠웨이트의 하도급 업체를 잘못 골라 630만 달러를 바가지 씌운 게 말썽을 빚자, 그들을 해고했었다. 그런 말썽이 일어났음에도 그 며칠 뒤 미 국방부는 핼리버튼과 12억 달러짜리 이라크 남부 석유생산시설 보수공사 계약을 맺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댄 구트먼 교수는 핼리버튼의 독점과 특혜가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트먼 교수는 “민간 계약자들의 영향력이 워낙 커져, 정부가 이를 감독한다는 것은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핼리버튼이 바가지를 씌워 말썽을 빚어도, 워싱턴 정가에서 핼리버튼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못된다”는 얘기다.
  
  최근에 핼리버튼 임원 가운데 한사람인 조지 시걸로스는 워싱턴에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그 자리에 모인 기업인들은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계약을 따내고 싶은 마음에서 1인당 4백달러의 참가비를 냈다. 모임 주최측은 미 연방기관의 하나인 해외민간투자법인(U.S. Overseas Private Investment Corporation, 약칭 OPIC).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OPIC가 뿌린 안내문에 이라크를 “제2의 클론다이크‘(Klondike, 캐나다 유콘강 일대의 금광지대. 1897-98년 사이에 이른바 골드러시 특수로 일시적인 호황을 누렸다-역자 주)로 묘사한 데 자극을 받아 그 자리에 모여들었을 것이다. 그 날 시걸로스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읽은 듯, 이렇게 입을 열었다. ”미 독립전쟁 때 조지 워싱턴이 이끌었던 군대에 실탄을 공급했던 것은 바로 우리 민간기업인들이었다“(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이 버티는 것은 바로 핼리버튼을 비롯한 미 기업들의 지원 덕이라는 요지의 발언이었다-역자 주).
  
  핼리버튼이란 기업의 성장사는 곧 정부를 끼고 전쟁에서 떼돈을 버는 정경유착의 기록이다. 핼리버튼의 건설엔지니어링 분야 자회사인 ‘브라운 앤 루트’(Brown & Root)는 1962년 핼리버튼에 인수합병된 회사다. ‘브라운 앤 루트’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미 육군의 인프라 건설공사 계약의 85%를 차지했던 콘소시엄의 주역이었다(그 콘소시엄은 4개의 미 기업으로 구성). 베트남전쟁 반대데모가 한창일 때 ‘브라운 앤 루트’는 시위자들의 주요 비판과녁이었다. 베트남 참전군인들도 ‘브라운 앤 루트’란 회사이름을 ‘불태우고 약탈한다’는 뜻의 ‘번 앤 루트’(Burn & Loot)로 바꿔 부르곤 했다.
  
  "가장 X같은 마키아벨리같은 짓”
  
  1980년대 대부분을 하원의원으로 지낸 딕 체니는 1988년 조지 H. W.부시가 대통령이 되자, 국방장관(1989-92년)에 임명됐다. 체니-핼리버튼의 유착관계는 그때 본격화된다. 체니는 장관 재임 후반기에 미군 해외기지의 지원사업, 이를테면 급식, 세탁, 청소 등을 민간기업체에 용역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 용역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핼리버튼이 맡았다. 390만 달러를 받고 핼리버튼이 작성한 1차 보고서는 핼리버튼의 새 시장 창출 보고서나 다름없었다. 펜타곤은 다시 500만 달러에 2차 보고서 용역계약을 핼리버튼과 맺었다. 1992년 미 육군공병단은 (핼리버튼 보고서의 내용 그대로) 향후 5년 동안 핼리버튼에게 미군 해외기지의 지원사업을 독점하도록 맡겼다. 1992년말 소말리아에 미군이 개입하자, 핼리버튼은 지원업체로 900만 달러를 벌었고, 이어 발칸반도(보스니아)에서 5년 동안 2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클린턴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펜타곤을 떠난 체니는 사조직을 만들어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했고 정치헌금을 모아들였다. 신보수주의자(neocon) 두뇌들이 모인 미국기업협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에도 관계했다. 연방선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그 무렵 체니의 정치자금줄은 핼리버튼은 물론이고, 세계적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벡텔(이라크 재건사업에 28억 달러 어치 용역 수주) 등 현재 이라크에서 대규모 관급공사 계약을 맺은 회사들이 포함돼 있다.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방문한 딕 체니 ⓒ백악관

 

체니는 1995년 핼리버튼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핼리버튼의 대주주들은 체니가 비록 기업 경험은 없지만, 영향력 큰 인물들을 두루 알고 지낸다는 점을 높이 샀다. 대주주들의 기대대로 체니의 핼리버튼은 성장을 거듭했다. 1998년 당시 미국은 이라크, 리비아, 이란을 ‘테러지원국가‘로 낙인찍고 수출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핼리버튼은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외국 자회사들을 통해서 이들 3개국과 모두 거래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다스리던 이라크의 경우, 체니는 자회사를 이용해 수백만 달러 어치의 석유채굴 관련부품과 기술 서비스를 팔아 넘겼다. 그런 점이 정치적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체니는 2000년2월 핼리버튼의 이라크 코넥션을 끊었다.
  
  2000년 봄 체니는 부시 공화당대통령후보 경선팀의 ‘부통령 물색위원회’(Vice-Presidential search committee) 우두머리가 됐다. 부시의 부통령 후보 선정기준은 “나에게 해가 안될 인물‘이었다. 체니는 그가 꼽은 여러 후보들로부터 꾀나 두툼한 서류들을 요구했지만, 결국은 그 자신을 부통령 후보로 뽑았다. 체니의 오랜 친구인 스튜어트 스펜서는 ”내가 목격한 가장 X같은 마키아벨리같은 짓(Machiavellian fucking thing)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테러와의 전쟁, “핼리버튼만 돈 벌잖아”
  
  9.11 뒤 부시행정부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핼리버튼에게 큰 이익을 안겨 주었다. 앞서 살펴본대로 해외 자회사들을 통한 ‘불량국가’들과의 거래 사실도 핼리버튼에겐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미 해군은 쿠바 관타나모 기지의 포로수용소를 짓도록 핼리버튼과 계약을 맺고 3,700만 달러를 지급했다. 미 국무부는 탈레반정권이 무너진 아프간 카불에 미 대사관을 짓도록 핼리버튼에게 1억달러를 건넸다. 핼리버튼은 아프간뿐만 아니라 쿠웨이트,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조지아공화국, 그리고 이라크에서 왕성한 기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 핼리버튼의 연차보고서는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 핼리버튼에게 또다른 성장기회를 가져다 주었다고 적고 있다.
  
  펜타곤이 이라크 석유산업 복구를 위해 핼리버튼에게 70억 달러 어치의 계약을 맺은 것은 전쟁이라는 비상국면 아래서 이뤄진 것이었다. 지난 2002년 가을, 핼리버튼은 이라크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이라크 유전지대가 파괴되고 불탈 경우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도록 펜타곤으로부터 비밀리에 용역을 받았었다. 그 무렵은 미 의회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 전권을 줄 것인지를 논의 단계에 있었다. 3.20 이라크 침공 직전인 2003년3월초 미 육군은 핼리버튼과 용역계약을 맺어 이라크 유전지대를 핼리버튼에게 맡겼다. 그리고 곧 전쟁이 터졌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펜타곤은 이라크 전역의 석유산업 재건용역사업을 핼리버튼에게 넘겼다. 그런 핼리버튼의 뒤에는 딕 체니란 든든한 후원자가 버티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재건 프로젝트는 2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부시 행정부에 선을 대고 있는 한 기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치 러시아처럼 이즈음 미국이 부패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뇌물이 오고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체니는 펜타곤에 전화를 걸어 ‘이번 계약을 핼리버튼과 맺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제대로 선을 찾아 저녁식사를 같이함으로써 일이 끝난다”
  
  현재 이라크는 ‘이라크 재건특수’라는 기회가 주어진 땅이 됐다. 그런 기회를 찾아 한몫 잡으려는 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기업인, 그들과 공생하는 변호사들이 몰려간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려는 많은 기업인들이 혼란을 느낀다. 워싱턴 정가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공화당계 로비스트 찰리 블랙은 불만이다. “바그다드에 가보면, 펜타곤이 결정권을 쥐고 있으므로 그곳에 가보라고 말한다. 그래서 펜타곤에 가보면, 바그다드(폴 브레머의 이라크 임시행정청) 쪽에서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런 와중에 핼리버튼만 돈을 벌고 있다. 그렇다면 가까운 사람만 챙겨주기(cronyism) 정도가 심해졌다는 것을 뜻하는가. 나도 그렇게 챙겨줄 사람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김재명/분쟁지역전문기자

프리시안 2004년 03월 06일

 


 

 “이라크침공 훨씬 전 핼리버튼 사업승인”

 

미군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02년 가을, 딕 체니 미 부통령의 보좌관 등 백악관 고위관리들이 이라크 관련 대형 사업계약자로, 체니 부통령이 회장으로 재직했던 핼리버튼을 선정하도록 승인했다는 국방부 관리들의 진술이 나왔다.

이는 핼리버튼의 이라크 관련 사업에 대해 어떤 관련도 없다는 체니 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이며,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거대 석유관련 기업인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던 체니 부통령이 이라크 재건 관련 사업에서 이 회사에 엄청난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던 2002년 10월께 체니 부통령의 측근인 국방부의 고위 정무직 관리가 이라크 유전시설을 복구하는 24억달러짜리 사업계획을 비밀리에 입안할 회사로 핼리버튼을 선정한 뒤, 계약 체결 전에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등 백악관 인사들에게 이 계약에 대해 설명하고 승인을 받았다고 14일 보도했다. 핼리버튼은 그해 11월 경쟁입찰 없이 이 계약을 따냈다.

NYT 등 "체니측근, 백악관인사에 계획설명"
부통령 특혜 압력행사 의혹 갈수록 깊어져

국방부 에너지그룹의 책임자였던 마이클 몹스 등 국방부 관리들은 최근 의회 브리핑에서 이라크 사업계약의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체니의 수석보좌관인 루이스 리비 등이 참가한 회의에서 핼리버튼을 단독 계약자로 선정하려는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미 하원 정부개혁위원회의 민주당 대표인 헨리 왝스먼 의원은 13일 체니 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런 증거는 당신의 사무실이 중요한 순간에 핼리버튼 계약에 대해 최소한 두번은 통보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핼리버튼의 이라크 사업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당신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핼리버튼의 이라크 원유 및 전쟁 관련 사업은 과도한 비용과 예산낭비, 불투명한 계약 과정 등으로 끊임없이 특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미 의회 산하 일반회계청(GAO)은 14일 ‘이라크 재건:2003 회계년도 수주 과정과 관리의 문제점들’이라는 보고서를 내 핼리버튼과 벡텔 등이 경쟁입찰 없이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행정부가 정부조달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핼리버튼이 이라크 원유시설을 재건하는 사업은 미 육군과 맺은 병참업무 계약 범위를 벗어난 것이며, 예정된 기간이 훨씬 지났지만 사업을 끝내지 못해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도 국방부 회계부서가 핼리버튼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수십억달러의 정부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핼리버튼의 전직 직원들은 최근 미 의회에서 타이어가 구멍나는 등 사소한 고장이 난 트럭을 8만5천달러어치나 버리는 등 80억달러를 잘못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2004-06-15

 


 

美 전성기속 위기론 대두

 

미국은 건국이래 최 전성기인가 아니면 위기인가.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가운데 미국의 지성계에서 `미국의 위기'를 주장하는 경보가 잦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나오는 위기론은 미국의 교육, 과학 등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에 대한 우려에서부터 자유와 인권이라는 `미국적' 가치의 위기는 물론 불평등 심화로 인한 미국 체제 전반의 위기 조짐을 지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에는 미국 대선을 앞둔 정파적 논란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는 게 사실. 그런가하면 위기론은 실제 위기라기보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이라는 미국 사회의 자정.교정 기능이 조기 발동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고 전성기의 미국에서 로마제국의 성쇠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정치학계의 지도급 학자 15명은 7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사회 내부의 경제 정치적 불평등이 심화함에 따라 미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며 `체제 전반의 혼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정치학회가 2년전 시더 스카치폴 전 회장 등 15명으로 구성한 `불평등과 미국 민주주의 특별연구팀'은 2년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보고서를 통해 "불평등으로 인해 정치에서 배제된 없는 자의 무력감이 민주주의의 심장 자체를 찢으려 하고 있다"며 "부익부와 빈익빈 심화에 따른 무력감이 깊어질 때 우리에겐 결코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체제 차원의 혼돈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빈자의 정치참여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인터넷 같은 기술진보도 정치와 정책결정 과정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리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정보 격차로 도리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가진 자는 공직 선거에 출마를 통해 선출된 뒤 정부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도록 함으로써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투표권에 대한 계량적 분석 결과 명목상은 1인 1표이지만 부자 유권자 표의 힘이 빈자 유권자보다 3배 가까이 클 뿐 아니라 선거 후 최저임금제, 시민권, 정부 지출 등의 주요 입법 과정에선 이 정치적 불평등이 더욱 커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와 투표행위, 기타 정치참여 및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분석 결과 ▲미국엔 부자 시민과 빈자 시민 두 계급이 있고 ▲공화, 민주 양대 정당은 기존의 특권층 사이에서만 공직후보를 충원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원의 감소로 노동자의 정치참여 통로로서 노조의 기능이 쇠락했고 ▲공익 시민단체들의 등장도 체제의 가진자 편향을 별로 바로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빈곤층 소수만 부의 사닥다리를 오르는 상향 이동만으로는 다수의 경제적 불일치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경제적 격차는 보통의 화이트.블루 칼라 직장인과 특권적 전문직, 경영자, 사업가들도 갈라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 발표에 앞서 6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학의 졸업시즌을 맞아 저명인사들의 졸업식 축사나 기념사에서도 미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와 시민 자유와 기본권 위협 등의 현상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허스트대 앤소니 마르크스 학장은 "미국 인구를 절반으로 나눠, 일류대학 학생 가운데 못사는 절반 출신은 10분의 1에 불과하고, 아래로부터 4분의 1에 해당하는 빈곤층 출신 학생은 3%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공황기 이래 전례없는 불평등 사회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 해설가 테드 코플은 "미 본토에 대한 생화학 무기 테러 공격이 있을 경우 계엄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기본권및 자유의 구속은 직접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이 위협의 성격과 범위를 미리 꼼꼼히 따져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3,4월 9.11테러 조사위의 조사 활동을 통해 정보기관들의 `정보 실패'론이 집중 조명받을 때, 엄격히 분리된 수사와 정보 업무를 테러 위협에 대한 효율적 대처를 위해 통합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전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총수직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청문회장과 언론 기고문 등에 분출했었다.

당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은 "후세에 미국이 안보를 위해 인권을 버렸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이같은 목소리는 희미했다.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퍼드도 한 대학 졸업식에서 "워터게이트 사건 때만 해도 작동했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이제는 미디어 합병, 탐욕, 이념의 제한, 그리고 무엇보다 무관심으로 인해 크게 훼손됐다"고 우려했다.

 

윤동영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2004.6.8.

 


 

올 美 대선은 `갑부들의 잔치'

 

공화.민주 후보 4명 모두 백만장자

민주당 대권주자인 존 케리 의원이 존 에드워즈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함에 따라 오는 11월 2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는 `갑부들의 잔치'로 치러지게 됐다.

지난해 납세신고에 따르면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민주당 존 케리 의원과 존 에드워즈 의원 등 올 대권레이스에 나선 미국 주요 정당의 대통 령 및 부통령 후보는 모두 백만장자로 분류된다.

부시 대통령과 로라 여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은 82만2천126 달러(한화 약 9 억4천700만원)에 달했고, 케리 의원은 모두 39만3천 달러(한화 약 4억5천3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회사 중역과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 텍사스 주지자를 지낸 부시 대통령은 100만-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크로퍼드 목장과 500만-870 만 달러로 추정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케리 의원은 43만 달러 내지 210만 달러에 달하는 4개의 신탁자산을 갖고 있으 며, 부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 여사의 재산은 5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케리 의원이 당선될 경우 그는 미국 역사상 3번째로 재산이 많은 대 통령이 될 것이라는게 경제주간 포브스지 인터넷판의 분석이다.

체니 부통령이 지난해 부인 린 여사와 함께 벌어들인 수입은 4명의 정.부통령 후보 중 가장 많은 130만 달러. 이는 2002년도 미국인의 평균 수입 4만2천400 달러 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석유회사 핼리버튼을 경영하기도 했던 체니 부통령은 1천500만-7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비과세 채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200만-1천만 달러를 투자운용회사에 신탁 관리하고 있다.

에드워즈 의원의 경우 지난해 68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는 매우 보수적인 신고라는 분석이다.

1999년 220만 달러에 매입했던 워싱턴의 한 주택을 300만 달러에 팔아 80만 달 러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던 에드워즈 의원의 총 재산은 1천200만-6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포브스지는 보도했다.

초당적 시민감시기구 `공공청렴센터'의 간부인 찰스 루이스는 공직에 출마하는 데 수백만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갑부인 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면서 "이 것이 바로 우리 체제의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2004-07-08

 


 

등록 로비스트 4만여명…미국 움직이는 ''공룡''

 

미국에서 로비산업은 대표적인 성장 산업이다. 세계의 정치·외교 1번지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등록된 로비스트가 현재 2만6013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사용된 공식적인 로비자금이 20억달러(약 2조원)를 웃돌고 있다. 로비스트들이 상·하의원이나 전문위원 및 보좌관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어 이제 로비 단체가 입법 기관의 일부가 됐다는 자탄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로비 산업의 실태를 점검해 본다.

미국에서 로비는 의회보다 먼저 생겨났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다. 경제 관련 단체 등 이익 단체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입법이 되도록 정치인들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중앙 정치 무대뿐 아니라 지방 정계에까지 로비스트들이 영역을 확대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 50개 주 지방 정부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3만6959명이었으나 2003년에는 4만2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미국의 한 민간 연구 기관이 밝혔다.



더욱이 미국에서 공화당 등 보수 세력이 백악관, 연방 상·하원, 대법원 등을 모두 장악한 것을 계기로 기업과 보수 성향의 각종 단체들이 물실호기(勿失好機) 하지 않기 위해 총력 로비전에 나서고 있다. 연방 하원 세출위원장 출신인 로비스트 로버트 리빙스턴은 “이런 기회에 로비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한대”라고 강조했다.

로비스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민의 의회 불신이 커지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로미스 피오리나 교수는 “경제계 및 이념 단체들이 미국 민주주의를 공중 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대의 로네스 제이콥스 교수도 “부자이거나 영향력 있는 조직에 참여하고 있으면 자신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지만 그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완전히 무시를 받고 있다”고 현 미국의 정치 상황을 분석했다.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단순히 특정 사안을 놓고 특정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단계에서부터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미국의 로비 회사들은 정치인들에게 헌금하거나 선거 때면 자사 로비스트들을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 요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정치인들을 위한 모금 운동 역시 로비스트들의 주요 업무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로비 회사나 로비스트 개인이 공화, 민주 양당 후보에게 직접 정치 헌금을 한 액수가 2660만달러에 달한다고 미 의회 전문지 CQ 리서처가 보도했다. 하지만 로비 회사로 분류돼 있지 않으나 사실상 로비 활동을 하고 있는 대형 로펌들이 제공한 정치 자금까지 합하면 지난 대선 때 헌금 규모가 312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비스트들이 직접 특정 법안 초안을 잡아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로비스트들이 입법에 필요한 기초 조사를 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상·하 의원들이나 전문위원, 보좌관 등에게 직접 전달할 뿐 아니라 아예 법안 초안까지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로비 회사와 로비스트들의 전문성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 로비스트들이 유력 정치인들을 직접 찾아가 청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로비 회사와 로비스트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무기로 정치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로비와 정치 부패를 가르는 선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로비 활동을 보다 투명하게 비춰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력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로비스트를 규제하는 법안 제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로비스트 규제는 미국 정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매케인 의원은 2002년 소위 매케인·파인골드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개혁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 법은 정당 후원금 형식으로 무한정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 머니 제도를 폐지한 것이 핵심이다. 그 대신 개인이나 기업이 특정 후보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하드 머니의 상한선을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높였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로비 회사에 근무하는 로비스트들이 정치인들에게 직접 헌금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정 이익 단체들이 대규모로 정당에 지원하던 소프트 머니가 하드 머니로 형태가 바뀌어 정치인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그 매개 역할을 로비스트가 담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시간의 20% 이상을 고객의 의회 및 행정부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은 로비스트로 등록해야 한다. 로비스트는 상원과 하원에 동시에 등록해야 하며 1년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활동 내역을 상세하게 신고해야 한다. 또한 로비스트들이 외국 기업이나 정부 측과 접촉했을 경우에도 반드시 그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로비 활동을 위해 1만달러 이상을 받았을 경우에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로비스트들은 로비 활동을 위해 접촉한 상·하의원, 전문위원, 보좌관 등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로비스트가 접촉한 행정부 관리들의 명단은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로비 회사나 로비스트의 활동 내역이 소상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로비 관련법을 위반해 기소된 사례도 극히 드물어 2002∼2004년에 200여건의 불법 로비 관련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중 검찰이 기소한 경우는 13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날로 커지는 로비 산업 실태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 중의 하나가 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왕년의 정계거물 ''잘나가는 로비스트''

미국의 워싱턴 DC 시내 중심 지역에 있는 K스트리트는 로비가로 불린다. 이곳에 대형 로비 회사들이 집중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이 낯익은 전직 거물 정치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계를 은퇴한 유력 정치인들이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과거 동료 의원 등을 상대로 직접 로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회전문’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민주당 상원 대표를 역임하고 대권의 꿈을 키워왔던 톰 대슐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로비스트가 돼 워싱턴에 되돌아왔다. 민주당 출신의 존 브록스 전 상원 의원도 올해 초 정계를 은퇴하고 로비스트가 됐다. 공화당 출신의 유력 하원의원이었던 빌리 토진 역시 미국 내 최대 화학 약품 제조 및 연구 분야 로비 단체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토진 사장의 연봉은 200만달러 정도이다. 그의 변신은 미국 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화학 약품 분야를 관장하는 미 하원 상무위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토진 전 의원은 또한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해에만 화학 약품 업계로부터 9000달러의 정치 자금을 받았고, 2002년에는 의약품 제조 업체로부터 9만1500달러의 정치 헌금을 받았다. 그가 상무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제약 업계 이익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의료보장처방약 개선법’ 등을 통과시켰다.

미국 연방 상·하의원 중 낙선하거나 정계를 은퇴한 뒤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비율은 32%에 이른다고 CQ가 보도했다. 1970년대에는 로비스트로 변신한 상·하의원은 3% 정도에 불과했었다.

미국은 상·하의원들이 현직을 떠난 뒤 1년간 관련 분야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들 전직 상·하의원들은 대개 현직을 떠나자마자 로펌 등에 입사했다. 그 후 법적 제약이 있는 1년 동안 일반적인 업무를 추진하다가 이 같은 제한기간이 끝나자 로비스트로 본격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부 등에서 퇴직했을 경우엔 다음날부터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원 공화당 원내 총무였던 딕 아미 전 의원은 파이퍼 루드닉이라는 로펌(법률회사)의 선임정책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직 의원들은 국회의사당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한번이라도 연방의원을 지낸 사람에게는 의회내 무료주차와 보안검색 면제, 의회체육관 이용 등이 보장돼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2005년 8월 30일 세계일보

 


 

‘아브라모프 스캔들’로 본 워싱턴 로비정치

 

“만약 100만달러를 준다면 김정일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면담도 성사시켜 줄 수 있다.”

미 공화당행정부의 고위직 출신 한 인사가 얼마전 서울 방문길에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물론 농담임을 전제로 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역대 행정부에서 여러 요직을 거친 뒤 지금은 워싱턴에서 로비회사의 공동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서울 방문길에는 한국 기업과 여러 잠재 고객들의 상담이 이어졌다. 모두 워싱턴의 정계·관계 요로에 연줄을 놓거나 사업상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것일 터였다.

◈자신만만한 로비스트들=그는 로비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진정한 로비스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국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워싱턴의 의사당과 연방정부에는 기업이나 특정 지역민 혹은 이해집단이 낸 수천 수만건의 입법안이나 청원이 몰려 있지만 의원들과 정책결정권자들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는 진정 중요한 사안이 있을 수 있고 정보 부족이나 편견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도 있다. 로비스트들은 바로 ‘국익’을 위해서 꼭 주목받아야 하는 일들을 당사자들을 대신해서 해주는 것이다”.

이는 로비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로비중에는 의회와 정부가 아니라 일반의 여론을 바꾸기 위한 것도 있다. 이를 외부(outside) 로비, 혹은 대중(grassroots) 로비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상적인 로비는 일부 이익집단이 자기 목적 관철을 위하여 의사당밖에서 과격한 집단행동을 하는 일 같은 후진적 관행도 바꿀 수 있다. 또 기업인이 직접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상대로 뇌물을 바치는 범죄행위도 막을 수 있다.

지금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슈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 사건으로 정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톰 딜레이 전공화당 원내 대표는 역설적이게도 지난 1995년 연설에서 현재 미국 정계의 로비실태에 대해 적나라하게 꼬집은 적이 있다. 미 민주당이 지난 2일 딜레이의 당시 연설문을 찾아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이제 미국 시민들은 자신의 대표가 워싱턴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때가 왔다. 그들(의원들)은 국록을 먹으면서 로비스트들이 제공하는 공짜 휴가를 즐기고, 특정 이해집단들이 제공하는 향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원에서 로비스트로=지금 미국 정계에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는 로비 스캔들은 이미 예고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의 정·관계 출신인사들이 공직을 떠난 뒤 곧바로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회전문 현상’이 팽배해있고, 그런 고리를 통해 특정 기업과 이해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수많은 돈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지 W 부시 대통령마저 이번 스캔들과 관련된 곳으로부터 10만달러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날 만큼 선거자금은 로비스트와 정치권을 잇는 가장 취약한 고리다.

미국의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004년까지 전직 의원들이 로비스트로 등록한 비율은 모두 51.8%였다.(표참조) 전직 의원중 절반이상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셈이다. 로비 스캔들로 지금 미국 정계를 떨게 만들고 있는 아브라모프의 경우 공화당 정권에서 가장 잘나가는 로비스트였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부시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공화당 실세인 딜레이와 가까운 사이다. 그는 존 애슈크로프트 전 법무장관이 현직에 있을 때 수차례 만났고, 딕 체니 부통령 측근과도 자주 어울렸다.

유대인인 그는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 대학에 다닐 때인 1980년 대선이 실시되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조직을 결성했다. 이듬해엔 전국 공화당 대학생회 회장에 선출되면서 공화당과의 인연을 깊게 맺기 시작했다. 94년 공화당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자 워싱턴에서 법률회사에 취업했고, 로비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사건에 함께 연루된 그로버 노르퀴스트, 랄프 리드 모두 대학생때부터 공화당 선거캠프에서 일하며 정치적 야심을 키웠고 로비스트로서의 인맥을 다져왔었다.

◈K스트리트=이같은 로비스트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이 백악관 북쪽으로 세 블록 위로 워싱턴시내를 가로지르는 K스트리트다. 싱크탱크, 로비업체, 변호사 사무실 등이 집중돼 있는 K스트리트는 워싱턴 로비산업의 대명사이며 ‘제4의 권부(權府)’라고도 불린다.

K스트리트의 로비회사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민주 양당의 전직 정치인들을 고용, 정부와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지난 94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자 공화당측은 K스트리트를 아예 공화당 판으로 바꾸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로비업계와 정계를 후원자 관계로 엮어 밀착시켜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이번 아브라모프 스캔들의 주요 등장인물인 공화당 전략가 노르퀴스트와 딜레이에 의해 추진됐다. 2003년에는 미 영화 드라마 전문유료채널인 HBO가 ‘워싱턴 정계의 안팎’을 다룬 같은 이름의 정치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했다.

최형두·구정은 기자 choihd@munhwa.com  

문화일보 200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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