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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피라미드
사기 기승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율의 이자를 미끼로 투자를 유치, 돈을 챙겨 달아나는 불법 ‘금융 피라미드’가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 리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가정주부나 노인, 퇴직자 등 서민층 인데다 연간 피해액이 적어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돼 단속 및 처벌 강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금융 피라미드 혐의로 무 려 135건이나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에 통보됐다. 지난 2000년 47건에서 2001년 141건으로 급증, 단속을 강화했지만 크게 줄지 않았다. 피해액 면에서는 최근 수천억원대 사기사건들이 적발되 는 등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이달초 16개 자회사를 동원해 4265억여원의 사기행각을 벌인 에이스그룹 총책 이석복(48)씨와 1200억여원의 사기를 친 아이맵 전대표 이강진(35)씨 등이 해외에서 붙잡혀 송환되는 등 ‘금융 피라미드’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국내 벤처기업 과 중국 현지기업에 투자한다며 가정주부와 교사, 군인, 노인 등 서민들의 돈을 끌어모았으며, 두 사건의 피해자수만 4만명이 넘 는다. 이들은 월 3~30%의 고리를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 처음 2~3개월 간은 정상적으로 이자를 지급해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1000만원 을 맡기면 한달만에 100만~300만원의 이자수입이 생김에 따라 투 자자가 투자금을 늘리고 다른 투자자를 알선하면, 이를 챙겨 잠 적했다.특히 투자자와 접촉하는 여러 개의 자금모집회사를 점조 직으로 운영, 한 회사가 당국에 적발되더라도 다른 회사는 영업을 계속하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조직운영을 했다. 당국은 예금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 자 서민들이 고이자의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 조성목팀장은 “금융 피라미드 업체 에 투자한 사람들이 주변 친구나 친지, 이웃 등을 계속 끌어들여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전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은 “금융 피라미드 등 유사수신행위 적발 시 대부분 단순사기로 처리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추 가 범죄를 낳고 있다”며 피해액보다 많은 액수를 갚게 하는 ‘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처벌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범에게는 5~10년의 징역형, 중간 간부들에겐 대부분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관행 때문에 사기단들이 회사 이름만 바꿔 영업을 계속한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권영준(국제경영학)교수는 특히 “서민들의 생 계를 위협하는 사회적 금융범죄에 대해서는 영구 시장퇴출 등 일 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남석·김남석기자 greentea@munhwa.co.kr 문화일보 2003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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