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당첨" 알고보니 "사기 당첨"…5만명 24억 피해
 

 《회사원 전모씨(28·서울 성동구 성내동)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쇼핑몰 ‘DMD21’의 텔레마케터(전화판매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전씨에게 “경품 행사에 당첨됐다”며 연회비를 내고 회원이 되면 공짜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자동차 보험료와 휴대전화요금, 주유비를 30% 할인해 준다고 말했다.》

전씨는 반신반의했지만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주일 내에 해지를 하면 되고, 연회비는 투자금 개념이기 때문에 1년 뒤에 전액 환불해 준다”는 말을 믿고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불러줬다.

이틀 뒤 가입 안내서와 함께 건강보조식품 한 통을 택배로 받은 전씨는 건강보조식품의 품질이나 계약서가 미심쩍어 물품을 되돌려 보낸 뒤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회사측이 알려준 전화번호는 하루 내내 통화 중이었고 수십차례의 시도 끝에 어렵게 연결이 된 뒤에도 회사측은 ‘전산에 문제가 있어 해지에 2, 3일이 걸린다’ ‘담당자가 없다’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회사측의 고의적인 지연작전에 위약금을 물지 않고 할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기간(7일)이 지났고 그는 위약금 7만원을 무는 것이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회원에 가입했다. 하지만 선전대로 할인 혜택을 받기는커녕 회원 가입비까지 떼였다.

최근 이같이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경품 당첨’ ‘특별 할인’ 운운하면서 회원 가입을 유도한 뒤 가입비를 챙겨 달아나는 신종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7일 텔레마케터 500명을 동원해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5만여명으로부터 1인당 49만5000원씩 모두 24억여원의 회원 가입비를 받아 가로챈 ‘DMD21’ 대표 이모씨(36)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이 회사 재무이사 채모씨(40)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기획조정실장 한모씨(38)등 2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유령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고 전국에 201개의 지사를 설립한 뒤 500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휴대전화와 사무실, 가정집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인터넷 쇼핑몰 무료 구입 △무료 해외여행 △유명호텔 투숙비 50% 할인 △자동차 보험료, 휴대전화 요금 30% 할인 △1년 뒤 연회비 반환 등의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소비자들을 꼬드겼다.

특히 이들은 8개 신용카드사와 ‘수기(手記)거래’ 특약을 맺고 소비자 서명이 없어도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만 제시하면 거래승인이 이뤄지도록 미리 조치해 놓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피해자 김모씨(30·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 뒤 7일이 지나면 위약금 7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계속 전화도 받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며 “피해자들 중에는 위약금까지 떼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휴대전화나 사무실, 가정집 등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고 1000명 중 한 명꼴로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피해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가입비가 수십만원 정도의 소액이라 떼인 뒤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유사한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다단계판매회사 5, 6곳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DMD21’ 피해자 270여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안티DMD21’ 카페를 만들고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동아일보 2003년 08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