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깊아주면 결혼도 OK


‘개인부채 해결되면 사랑 없이도 결혼 가능’급증  

 결혼상담업체에 카드빚만 갚아주면 조건을 따지지 않고 결혼하겠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불량자 수가 3백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 인구 중 15%가 신용불량이라는 굴레를 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절반인 1백50만명이 20~30대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은 역시 카드빚. 신용불량자 이유의 60%에 이른다.

대단한 수치다. 결국 카드빚을 갚기 위해 몹쓸 짓을 서슴지 않거나, 현금서비스 돌려 막기를 하다 목숨을 끊거나, 카드대금 결제를 위해 유흥업소에 진출하는 등 각종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카드빚은 실로 무섭다. 최근 인륜지대사 결혼까지 이 사태의 파장이 미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진상을 확인해봤다.

인생역전의 상징이 된 로또복권.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첨되긴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 주변에서 로또를 구입했다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거액에 당첨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게 현실. 물론 대박이 터져도 잠적하거나 모른 척 하겠지만.

최근 결혼정보회사 업계에 신(新)결혼풍속도가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제2의 로또복권. 한마디로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 팔자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풍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 카드빚과 관련된 개인파산이 늘어나면서 그 농도가 더 짙어졌다. 카드빚의 위력이 결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매달 20~30건 상담

“카드빚만 해결해주면 무조건 좋다.”

“다른 조건은 전혀 따지지 않겠어요. 그저 카드빚만 갚아주면 괜찮아요.”

결혼정보회사에선 이같은 내용으로 결혼을 문의하는 젊은 여성들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결혼상담업체인 ‘비에나래’는 “훗날 결제는 모른 체 신용카드 사용에 맛들인 젊은이들이 돈 씀씀이가 커진 데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새로운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달에 20~30건. 물론 여자가 남자보다 절대 다수를 이룬다.

카드빚 때문에 벼랑 끝까지 몰리다보니 원치 않는 결혼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젊은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데 있어 자신의 카드빚을 갚아줄 배우자를 만나는 게 급선무로 떠오른 셈이다.

대개 업계에선 남녀의 성격, 경제력, 외모, 집안 등 조건을 세밀히 검토한 후에 서로에 맞는 파트너를 선정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카드빚이 이같은 절차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즉 먼저 여자의 카드빚을 갚아 줄만한 능력의 남자를 소개한 뒤 교제를 하게 하다 뒤늦게 결혼상담업체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다는 것.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리면 만남 자체를 거부할 것임이 명확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한다는 게 회사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이같이 여자의 카드빚을 갚는 것을 전제로 만나는 커플이 있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

서울 모 대학 무용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봉은씨(가명·25)가 그런 경우다.

이씨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녔다. 그러나 대학 3학년 때부터 명품 쇼핑을 즐기고 심지어 외국으로 명품원정 쇼핑까지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기다 끝내 개인파산에 들어갔다. 결국 3년을 연애한 애인과 헤어지고 자신의 카드빚을 갚아줄 남자를 찾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개인의 카드빚이 아닌 집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회사측 관계자는 “내년 졸업을 앞둔 미모의 여대생이 부도를 내고 쫓기는 신세가 된 아버지를 돕기 위해 하루빨리 재력가와 결혼하고 싶다는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여대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생활해오다 월세방으로 전락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은 이렇다. “남자의 학력이나 나이는 가리지 않겠다. (우리의) 집안을 도와주기만 하면 가리지 않겠다.”

심지어 재혼자도 괜찮고 아이가 딸린 남성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 여자 뿐 아니라 극소수이지만 남자도 이와 비슷한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삐끗한 출발 뻔한 결말 높아

문제는 많다. 삐끗한 첫 출발은 뻔한 결과를 좌초하기 십상이라는 것.

손동규 비에나래 대표는 “자신의 경제적인 어려움의 돌파구로 결혼을 이용하려는 상담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카드빚 후유증이 결국 인륜지대사 결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씁쓸해 한 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다른 결혼상담소는 이같은 사례가 있다고는 하나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대신 아마 있다한들 별로 많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혼상담업체 ‘선우’의 임선영씨는 “다른 회사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개인의 신용상태를 확인한 뒤 맞는 배우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신용상태가 좋지 않거나 매우 불량한 것으로 판명이 나면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추가로 덧붙였다.

 

성강현 기자 <sungp@ilyosisa.co.kr>

일요시사 200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