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계층에 사치성 과소비 행태 확산


 유통가 초고가 상품 봇물.해외여행 사상 최고 "건전소비 유도 위한 제도보완.교육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강의영,심인성,임주영기자 = 중저가 상품이 많이 거래되는 홈쇼핑에 1천만원짜리 보석세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는 소형 아파트 가격에 육박하는 7천만원 짜리 해외 유명브랜드 시계가 전시됐다.

또 1인당 500만원을 넘는 해외 유람선 여행상품에 사람들이 몰려 일찌감치 매진이 되는 등 올 여름 해외여행이 절정을 이룰 전망이고 외제차는 올해 상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2배나 팔렸다.

한대에 2천만원이나 되는 대형 PDP TV가 '특수'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잘팔리는가 하면 팬티와 브라로 이루어진 85만원짜리 속옷세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건전하고 균형잡힌 소비활동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최근 일부 계층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소비행태는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일반의 소비패턴까지 사치성으로 흐르게 해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고가 상품 봇물 = 홈쇼핑은 주로 중저가 제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한 홈쇼핑업체에 1천만원짜리 보석세트가 상품으로 등장, 이같은 인식을 뒤집어 버렸다.

판매업체는 최근의 소비경향으로 미루어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이른바 '명품'으로 구성된 이 보석세트가 상당량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백화점 점포에는 '쇼메' 브랜드의 7천300여만원짜리 시계가 판매용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판매된 적은 없지만 서울 변두리의 서민용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또다른 백화점 본점에서는 정가 2천50만원짜리 PDP TV를 할인해서 1천900만원대에 내놓았더니 한 달에 몇 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1년에 6천병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세계 최고의 희귀 와인 '로마네꽁띠'는 현재 국내 대형 백화점에서 한 병에 330만∼360만원선에 판매되는데 점포별로 1년에 20병 이상 나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손님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사간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술을 주로 전문점에서 구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소비량은 엄청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버버리, 구찌 등 해외 유명브랜드의 가방이 100만원 이상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심심찮게 팔리고 있으며 이 백화점의 한 수입속옷 매장에는 팬티와 브라로 이루어진 85만원짜리 속옷세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한 인터넷 쇼핑몰이 최근 개설한 명품코너에서는 400만∼500만원대 명품 핸드백, 보석, 액세서리 등이 잘팔려 하루 평균 매출이 수천만원대에 달하고 있다.

▲해외여행객 사상 최고 = 여름 휴가철을 맞아 내국인들이 앞다퉈 해외로 떠나면서 올 여름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들어 골프와 명품쇼핑 여행 등 이른바 호화사치성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과소비와 관광수지 악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관광부는 지금같은 두자릿수 증가추세로 볼때 7, 8월 해외여행객이 작년 동기(130만명)보다 7.7%∼15.4% 많은 140만-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호화사치성으로 분류할만한 해외여행객도 작년 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있다.

올해 상반기 여행자휴대품으로 반입됐다 관세청에 유치된 주류는 작년동기보다 73% 많은 13만4천257병, 카메라는 97% 많은 2만5천686대로 각각 집계됐고 골프여행을 떠난 여행객은 78% 많은 4만3천328명이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크루즈 여행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아직은 홍콩, 베트남, 중국 등을 항해하는 중가 상품이 대부분이지만 H여행사의 북유럽과 러시아를 보름 가량 항해하는 500만원대 크루즈 상품은 나오자마자 매진되는 등 잠재수요는 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가격이 비싼 유럽과 캐나다로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면서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관광수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외제차 판매 `날개' =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7천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521대에 비해 꼭 배로 늘었다. 이는 87년 수입차시장 개방 이래 지금까지 최대 실적이었던 96년 상반기(5천3대)보다 40.7%나 많은 것이다. 이 가운데는 BMW코리아가 2천209대를 팔아 31.4%의 시장을 점유했고 도요타코리아 1천342대, 한성자동차(벤츠.포르쉐) 975대, 크라이슬러코리아 707대, 고진모터스(폴크스바겐.아우디) 610대, PAG코리아(볼보.재규어.랜드로버) 543대, 포드코리아 481대, GM코리아 171대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7대가 팔렸던 3천만원 이하 저가 수입차는 올해 1대도 팔리지 않은 반면 1억5천만원 이상 최고급 차종의 판매는 지난해 87대에서 올해 421대로 무려 5배로 늘어 외제차 중에서도 고급차 선호경향이 두드러졌다.

▲사치품 수입 `급증' = 대리석, 골프용품, 화장품 등 고가 소비재의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1~5월 소비재 수입품 가운데 대리석은 2억2천84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늘었고 향수 수입도 12.7% 증가했다.

또 위스키 9천528만달러를 포함, 주류 수입도 1억5천413만달러로 19.3% 늘었고 가구(1억1천749만달러, 35.2%), 골프용품(4천837만달러, 37%), 샹들리에(670만달러,65.7%), 바닷가재(749만달러, 20.9%) 등의 수입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건전한 소비행태 필요 = 서영경 YMCA시민중계실 소비자정책팀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도 이른바 상위 20%는 잘 살고 나머지 80%는 가난해지는 `20대 80 사회'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계층간 소득격차는 심화됐고 소비는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최근 일부 부유층에서 나오는 지나친 사치성 과소비 행태는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해 사회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며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민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기획실장도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일부 부유층의 과소비, 충동구매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 캠페인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tw@yna.co.kr (끝)

연합뉴스 2002년 0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