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찜빌방 청소년 ‘탈선방’
 

전국에서 성업 중인 찜질방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다.

찜질방에서 낯 뜨거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사이고 가출청소년들이 찜질방을 돌며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거나 아예 기거하면서 성매매까지 하고 있다.

11일 새벽 광주 북구 모 찜질방은 데이트를 즐기려는 10대 청소년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땀 빼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휴게실과 계단,식당 등에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거나 서로 끌어안은 채 잠든 모습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은 찜질방을 숙박업소로 여기고 있는 듯 자정 무렵부터 4∼5명씩 몰려들기 시작했으며,찜질보다는 숙박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김모(17)군은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다 이곳을 찾게됐다”면서 “찜질방은 1인당 5000원에 24시간 내내 있어도 눈치 안보이고 편해 평소에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나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범죄행각에 나서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탈선 장소가 되고 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0월 도심의 찜질방 탈의실을 돌아다니며 46회에 걸쳐 4600여만원을 훔친 김모(16?광주 신월동)군 등 10대 5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고,부산에서는 지난 10일 시내 찜질방을 돌면서 20차례에 걸쳐 500만원의 금품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심모(18·무직)군 등 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특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일부 가출 여학생들은 낮에는 PC방에서,밤에는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원조교제도 일삼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달 12일 가출한 뒤 3일 동안 인천시 구월동 모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PC방에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과 원조교제를 한 문모(14)양 등 2명을 붙잡았다. 지난 3월 중순 새벽 광주시 치평동 모 찜질방에서는 박모(38)씨가 잠자던 조모(19·대학1년)양을 성추행하려다가 붙잡히는 등 이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찜질방이 범죄나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데도 자치단체나 경찰의 단속은 크게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찜질방은 스포츠센터 등과 같은 자유업으로 허가나 신고가 불필요한 업종이기 때문에 시설관리나 영업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게다가 일선 경찰도 가출청소년 일제단속때나 관내 찜질방을 한번씩 둘러볼 뿐 평소에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을 안하고 있다.

서울시 위생과 관계자는 “찜질방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관련 법규가 없어 단속할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찜질방을 특별업종으로 지정해 청소년들의 심야출입규제 등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인천·광주=정창교 장선욱기자

  국민일보 2003년 0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