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지 ‘춘궁기’ 연예인 벗기기 과열


 최근 일부 스포츠지가 H양 섹스비디오 보도로 해당 연예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등 선정적인 ‘연예인 벗기기 보도’가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현업 종사자들은 ‘아이템 춘궁기’ ‘과열경쟁’ ‘광고시장 침체’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간스포츠 판매국 간부는 “지난 2001년 굿데이가 생기면서 스포츠지의 경쟁이 훨씬 심화돼 각 사마다 판매나 광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스포츠 시즌이 개막되기 전인 2∼3월 중순까지는 ‘아이템 춘궁기’여서 벗기는 기사나 사진이 더욱 자주 지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자체적인 조사 결과 일부 스포츠지의 경우 섹스비디오 보도나 벗기는 기사가 나간 날엔 시장 점유율(5개사 기준)이나 매율이 보통 5%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라며 “이런 까닭에 갈수록 스포츠지들의 ‘벗기기’ 경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서울 편집국 고위간부는 “우리 신문의 경우 H양 비디오 관련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일선 가판업자들로부터 왜 (벗기는) 기사를 다루지 않느냐고 적잖이 항의를 받았고, 판매국 쪽에서도 이런 주문을 받기도 했다”며 “지명도가 있는 연예인 기사는 독자들의 호기심 충족 차원에서 어느 정도 소화할 필요가 있어 성현아 누드 기사를 실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지금과 같은 경쟁구도에서 벗기는 기사가 적어도 판매율 상승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편집국 고위간부는 “판매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포츠지에 종사하는 간부로서 벗기는 기사에 대해 유혹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로 최근 가판업자들이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문을 좀더 자극적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간부는 이런 제작 방식은 결국 ‘제살 깎아 먹기’식의 역효과를 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선 자극적이기 때문에 당장은 더 잘 팔릴지 몰라도 자칫 스포츠지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스포츠지 전체의 위상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선정적인 기사작성이 스포츠지의 마지막 승부수는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서울 편집국 고위간부는 “앞으로는 1면 큰 제목이나 사진기사 뿐 아니라 전반적인 기사에서도 선정성을 걸러내는 쪽으로 스포츠지들이 뜻을 함께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 2003년 0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