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불능 단계에 접어든  지구환경

 

환경파괴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지구촌

 

올해 들어 전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잇따른 기상 이변의 폐해로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 열악한 지구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상 이변의 주된 원인은 10여 년 전부터 심각성이 제기되어 온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과 바다로 유입되는 오폐수와 유해 폐기물 등이다. 이로써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산성비, 오존층 파괴, 방사능 오염에 의한 기상 이변과 생태계 파괴, 적조 등의 환경 재앙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빠르면 올해 안으로 러시아가 비준할 것으로 알려져 발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파괴된 생태계와 대기 환경을 원래대로 복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 환경은 이미 자정 능력을 잃어 폭염과 가뭄, 폭설, 홍수 등의 기상 이변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식물은 열악해진 환경 속에 멸종되거나 순리를 거슬러 돌연변이가 되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신음하는 지구촌

지난 6월 인도에서 연 3주째 4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1500여 명이 일사병과 탈수 증세로 사망했다. 살인적인 폭염이 인도를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갑작스런 열대성 폭우로 수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남아시아 지역이 몬순의 영향권 안에 들면서 인도에서 269명, 방글라데시 169명, 파키스탄 78명, 네팔에서는 69명이 사망하는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7월과 8월 들어서는 인도에 이어 유럽 전역에서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1990년 이후 온도계의 수은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상고온 현상에 시달렸다.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와 대형 산불 발생이 잇따랐다. 독일 북부 홀츠민덴 지방에서 지중해 연안까지 거대한 열섬현상을 가져다 준 유럽 대륙의 불볕더위는 평균 42℃를 웃돌았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영국에서는 철로가 늘어나 휘어져 버리자 폭염주의보를 발동, 열차 운행속도를 제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리고 프랑스의 한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냉각기능이 중단될까봐 원자로 외벽에 물을 뿌리는 해프닝도 있었으며 연일 이상고온의 살인적인 더위가 2주 동안 계속되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8월 14일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무려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유럽 기상학자들은 최근의 폭염이 반세기 만에 최악이라고 밝혔다. 유럽 전역에서 산불 피해도 유난히 잦았는데 지중해 연안,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방에 이르기까지 해당 지역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산불이 전례없이 대형으로 번진 것은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 불어온 건조하고 강한 계절풍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특히 7월 27일 이후 72군데에서 발생한 포르투갈의 산불은 삽시간에 삼림 4만여 헥타르를 태우고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산불피해는 최근 몇 년 사이 이상고온 현상에 따른 직접적인 자연재해로 북미, 오세아니아, 남미, 유럽 등에서 가뭄이 만성화되면서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번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유럽 각국의 기상센터에서는 유럽 전역을 열섬현상으로 몰아넣은 기상이변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폭염 사망자가 계속해서 속출할 전망이다.

이상고온 현상은 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기상국은 7월 28일 베이징의 오후 온도가 41.8도를 기록해 올해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김영오 교수는 “몇 년 전부터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아 온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권이 지구 전체로 확대됐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지구의 기후 변화가 가져올 결과는 앞으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자연재해로 발생할 수 있고, 특정 지역에 관계없이 예측 불가능해진 대기의 흐름으로 폭염과 폭우는 여러 지역에서 더욱 빈번하고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라며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지구환경시스템이 전 인류의 생존 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의 정화조, 바다가 죽어간다

대기 오염을 비롯한  오염원을 흡수하는 지구의 유일한 정화조인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각종 쓰레기와 유해물질의 약 80%가 육지에서부터 유입되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육지에서 버려지는 생활 오수와 공장에서 방출되는 폐수의 경우 정화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추정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세계 곳곳에서 하루 만에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오폐수의 양은 무려 500억 톤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로 인해 연안의 부영양화를 촉진해 적조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 외에도 잦은 기름 유출사고, 해양 유해쓰레기 투기, 간척과 매립 등으로 연안에서부터 바다는 자체적인 정화 능력을 상실하여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소 강석구 책임연구원은 “해양과 대기의 순환 관계는 밀접하기 때문에 근해와 심해에서 동시에 오염이 지금의 속도로 진행되면 유입되는 오염원으로부터 자정할 능력을 상실하게 될 날이 의외로 빨리 도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 오염은 주로 연안을 통해 이루어진다. 현재 해안선에서부터 60km 이내의 연안지역을 따라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연안의 임해공단 건설과 도시 개발,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이며 주변 해역의 오염은 가속화된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연안지역은 이미 파괴되었고, 습지가 사라져 해양 생물들의 서식처가 크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유엔환경연합의 주도로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바다와 호수, 물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질보전대책에 역점을 두고 환경 법령을 강화하고, 막대한 정화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망가진 지구환경의 영향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유럽의 정화조’라고 불리는 지중해 연안으로 유입되거나 투기되는 오염물질은 연간 유류 12만 톤, 페놀 1만2천 톤, 세제 6만 톤, 인 32만 톤, 질소 80만 톤, 수은 100 톤, 납 3천800 톤, 크롬 2천400 톤, 아연 2만 1천 톤으로 추산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2위의 러시아 또한 주요 하천과 호수가 각종 부유물,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들로 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도비나 강, 오비 강, 예니세이강, 카스피 해, 아무르 강(흑룡 강), 바이칼 호 등으로 오염물질 성분은 대개 석유, 페놀, 철, 구리, 암모니아성 질소, 포름알데히드, 설폰산염 등의 각종 중금속과 산업폐수로 용적 농도가 거의 포화 상태에 놓여있다.
 

 오염된 서식지, 가속화 되는 생태계 파괴

오염된 수원(水原)은 서식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동식물들이 멸종되거나 돌연변이가 되어 생태계의 기본구조를 흔들어 놓고 있다. 그 결과 온갖 전염병의 온상이 되어 인간에게 그 고통을 되돌려 주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초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전염이 오염된 수질환경과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지구상에는 깨끗한 목초지와  서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북미지역을 보더라도 한때 미시시피 강으로부터 록키산맥 기슭까지 뻗어 있던 거대한 목초지와 숲은 대부분 사라졌고, 키 큰 풀들이 자라는 미시시피 강 유역의 평원은 지금 4%도 채 안 남았다.

호수와 하천과 같은 수원이 오염됨에 따라 멸종되는 야생동물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조류는 물의 영향에 민감해 멸종하는 개체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 속도가 빨라서 자연적인 멸종률의 50배에 달한다. 국제생물보호기구 중 하나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2001년도 아시아 조류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에 서식하는 종의 4분의 1인 664종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월드워치연구소는 ‘지구환경보고서 2003’를 통해 지구 전체적으로 포유류에 속하는 야생동물의 4분의 1이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고했다.
 

 통제 불능의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외에 온실효과 가스는 메탄, 아황산질소와 프레온가스(CFCs)등이 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의 염광희 간사는 “지구 온도는 지난 세기동안 0.3∼0.6℃ 정도 올랐다. 지구 온도가 상승한 결과, 북극과 남극, 고지대에 있는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 해수의 부피가 팽창하여 해수면은 전 세계적으로 평균 10~20cm 이상 높아졌다. 그런데 대다수의 환경 과학자들은 대기 중에 적체되는 온실가스로 인해 앞으로 1백년간 지구 온도가 3~6℃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해수면의 높이가 약 50~80cm 이상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포화상태가 될 그때에는 기상이변이 생활화되어 인류는 서서히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화석연료의 소비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2001년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1% 증가하여 신기록을 세웠는데 그 해는 19세기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두 번째로 가장 더운 해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상학자들은 폭염과 극심한 가뭄, 홍수와 태풍이 잦은 것이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지대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구상의 빙설 총량은 약 4300만㎦이다. 이것이 전부 녹는다고 가정하면 해면은 약 80m 상승한다. 증발, 응결, 강수의 세 단계를 거치는 물의 순환 주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로 유입되는 극지방의 빙하들은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로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 발효되어야

지구변화대응 정부간위원회(IPCC) 위원과 영국 기상청장을 역임한 기상학자 존 휴튼은 지난 7월 28일 “인류가 야기하는 세계 기후의 변화야말로 강력한 생화학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무기(WMD)이다.”라고 주장하며 “이 문제에 있어 지도자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미국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에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난했다. 그의 지적대로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위의 국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구 전체의 4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입장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기후변화협약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오존협약마저 무산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정부는 오존층이 뚫리든 말든 7월 초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오존협약 관련 협상에서 현존하는 오존층 파괴물질 중 가장 강력하다는 ‘메틸브로마이드’의 계속적인 사용을 요구해 또다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의 반환경적인 정책으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성공적 환경협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존협약까지 사실상 빈껍데기가 될 공산이 커지면서 교토의정서가 지구생명 보존의 마지막 보루로 떠오르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달성목표 기간을 2008~2012년으로 잡고 각국이 목표치를 두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끌어내리는 기후협약이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 증가율을 기준으로 각각 삭감률이 다르며 발효요건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90일 후 및 1990년 선진국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55% 이상인 나라가 비준하면 90일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 유럽연합과 동아시아, 동유럽 등 177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최대배출국 순위 1,2위의 미국과 러시아는 가입을 회피해 배출량 합계가 40%대에 머물러 있어 발효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6년 동안 지지부진 끌어온 상태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에너지부와 연방기상환경감시국이 공동 작성한 배출량 예측 문서를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기간(제1약속기간)인 2008~2012년까지 무난히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교토의정서 비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36.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거부하더라도 단일 국가로는 두 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는 러시아(17.4%)가 참여한다면 발효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자율 규제하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 배출권 구입, 친환경적 시설 투자 등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을 고려할 때, 차라리 "나 몰라라" 하는 게 미국으로서는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로 유엔의 위상이 흔들리는 마당에 미국이 가입하지 않는 교토의정서는 발효된다 하더라도 오존협약처럼 빈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에 휘둘리는 동안에 지구환경은 속출하는 극심한 기상이변과 함께 갈수록 회복 불능의 단계로 내몰리고 있다.

高 東 錫 기자 / dskoh@magazinegv.com

월간 리포트 2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