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무늬만 명품족' 늘어

 

명품마크 찍힌 쇼핑백 구입…국산옷에 로고 바꿔붙이기

명품 마크가 찍힌 ‘쇼핑백’ 사 모으기, 백화점에서 수입 화장품 샘플 수집, 명품의류에서 로고를 떼내 국산 옷에 붙이기….

최근 계속된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젊은 여성들 사이에 ‘절약형 명품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품행사가 많은 백화점 매장 문턱을 자주 들락거리거나, 여유가 있었을 때 사두었던 고가 브랜드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명품’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내 한 백화점. 두 명의 젊은 여성이 한 명품 의류매장에 들어가 100원을 주고 종이 가방을 하나씩 구입했다. 이들은 “명품 가죽 가방을 살 형편은 안되고 이렇게 명품로고가 그려진 쇼핑백을 메고 다니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매장직원 김모(여·25)씨는 “원래 명품 쇼핑백은 별도로 판매하지 않지만 ‘단골’이라며 명품 매장의 종이가방을 일부러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데 브랜드 로고가 크게 찍힌 가방이 인기”라고 말했다.

백화점의 수입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샘플도 인기 절정이다. 롯데백화점 잡화팀 박계성 과장은 “신제품을 알리는 차원에서 쿠폰을 가지고 오면 한두개씩 제공하고 있는 무료 샘플을 여러개씩 모아 사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샘플 물량이 충분치 않은데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명품의류 로고 재활용’도 유행이다. 최근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었다는 한모(여·23)씨는 3년 전 해외여행길에서 구입했던 P브랜드의 청바지의 로고를 떼어 국산 3만원짜리 청바지에 붙여 명품으로 ‘변신’시켰다. 한씨는 “국내 재래시장에서 파는 이미테이션 제품들은 섬세하게 제작된 명품로고를 따라 갈 수 없다”며 “못쓰게 된 예전 명품 의류의 로고를 동네 수선가게에 가져다 주면 감쪽 같이 국산 옷을 외제 명품으로 바꿔준다”고 말했다.

신모(여·23·대구효성여대)씨는 “다 쓴 수입브랜드 화장품 곽에 국산 화장품을 집어 넣어 다니는 친구들도 많다”며 “큰 돈 들이지 않고 ‘명품의 효과’를 누리는 기발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

조선일보 2003.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