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마라, 美 경제파국 온다”

 

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 / 로렌스 코틀리코프·스콧 번즈 지음 / 한언

 

“책을 읽기에 앞서 편안한 의자에 앉은 다음 넥타이나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풀고, 안정제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길 바란다.”

책은 이같은 ‘안전수칙’을 전하면서 시작된다. 거짓보다 훨씬 더 나쁜 진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경고다. 미국 정부의 실제 채무는 공식 발표보다 12배나 많고, 물려받을 빚더미에다 과도한 부양의무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는데 ‘경제적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고령화사회가 문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늘었다. 100년전 아동 인구는 노인 인구의 3배였다지만 이제는 거의 1대1이다. 인구통계학상 듣도 보도 못할 변화란다. 1950년에는 노인 1명을 16명의 노동자가 부양했지만 2030년에는 고작 2명이 부양하게 된다. 허리가 휘지 않고 버텨낼 도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고민’은 내 몫이 아니길 바라는게 우리네 심리. 미국인들도 은퇴때 급격히 증가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지금부터 저축하라거나 세금을 더 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정치인을 고용하고 그 정치인들은 더욱더 깊은 구덩이로 그들을 몰아넣는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 가능한 이유와 관련, 저자는 “미국 정부가 미래비용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이 거의 예술의 경지까지 발전했다”고 비꼰다. 도깨비 예산 놀음을 살펴보자. 미 당국은 2000년 대선 직전 2002~2011년 10년간 6조8000억달러(약 7800조원)의 흑자를 기록할 거라 했지만 대선 후에는 말을 바꿔 4조6000억달러(약 5300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인 1인당 공식부채는 1만4300달러(약 1600만원)지만 비공식부채를 더하면 미국인 각자가 당장 갚아야 할 돈이 15만9000달러(약 1억8300만원)로 불어난다.

진실을 듣게 되면 정치인들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다음 선거를 염려한다. 그들은 “그 모든 빚을 하루아침에 갚을 필요가 어디 있나? 점차적으로 갚아나가면 된다. 그것은 우리 세대나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닉슨은 베트남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찍어내 사실상 빚을 후손에게 떠넘겼으며 레이건은 부채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을 33%나 증가시켰단다. 아버지 부시는 교묘한 회계조작으로 적자를 감췄으며 클린턴은 미래세대가 보기에는 완전 실패작인 경제정책을 펼쳤다. 무엇보다 아들 부시는 감세정책에 매달려 재정적자를 더욱 부풀리면서 미국을 재앙으로 빠뜨리는데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순세금을 2배나 많이 납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다음 세대의 실질소득은 현재보다 40%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도망칠 수는 있지만 숨을 수는 없는 상황. 현 세대가 즉각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고 ‘숨겨진 고통’을 나눠갖지 않을 경우, 결국 정부는 파산할테고 우리 아이들은 등골이 휠 것이다.

공동저술에 나선 경제학자와 경제기자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려고 애썼다. 비록 숫자와 계산이 가끔 읽기를 방해할지라도 도저히 눈 감고 귀 닫을 수 없는 경고다.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 한 나라에 사는 터라 이런저런 고민에 조급해지기까지 한다. 김정혜·장환 옮김.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

문화일보 200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