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한국사회 쾌락주의·성개방풍조 조장

 

술로 인한 사건 사고 보도가 심심치않게 보도된다. 얼마전에는 서울대 한 동아리에서 술에 취한 신임회장을 연못에 넣어 2명의 사망자를 낳은 일도 있었다. 이렇듯 많은 부작용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술 없는 한국사회’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술이 단순한 음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하나로 통합되고 유지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상징적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술의 사회학>(한울아카데미 펴냄)은 ‘술’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재조명했다. 이 책을 구성한 일상생활연구회의 시각과 견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술’의 그 기능과 양상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연줄 중심의 ‘패거리’문화

유유상종의 음주공동체를 통해 그 성원들은 인간적 친밀감을 높인다. 낯설거나 어색한 사람과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우며 한번 술자리를 같이 한 사람에게서 느끼는 친밀감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에 비해 대부분의 경우 높아진다. 이렇게 술은 일정한 사회적 경계내에서 기존의 사회적 거리를 더욱 좁히고 밀착하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보교환과 같은 생활의 합리성을 높이는 자리로서 술자리는 생활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측면과 함께 원할한 인간관계를 위해 필요한 자리로서 더욱 중요하게 간주된다. 이렇듯 한국인의 술자리 문화는 ‘연줄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연줄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패거리문화의 전형으로 속칭되는 술문화를 일각에서는 고질적이고 비근대적인 문화의 전형으로 취급해 왔다. 한 번 술을 마시면 취할 때까지 정신없이 마셔야 하고 술자리에서 웬만한 실수나 주정은 다 이해하고 덮어두는 경향이 많기 때문.

잘마시면 ‘약’ 못마시면 ‘독’

시간도 다 돈으로 계산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인간간의 원만하고 진정한 교류를 위해 마시기보다는 오히려 사업상의 목적, 즉 로비나 청약, 계약을 맺기 위한 인간의 이익추구를 위해 술을 마시는 형태는 현대성의 산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술의 본래 의미도 상실돼 간다.
옛날에 술이란 것이 단지 마시고 즐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손님을 대접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조상을 숭배하기 위한 것으로 예와 덕을 쌓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술과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정서는 현대의 인간에게 이미 전설이 돼 버렸다. 만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매치기하는 아리랑치기한테 당한다든지 보증서나 불리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 등 그 폐혜도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술을 먹었다 하면 두들겨 부수고 싸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그러나 주조회사는 술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광고전략으로 음주를 유인하고, 전문의사들을 대동해서 적당한 음주는 식욕이나 성욕을 돋워,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좋다고 호소한다.

신·구세대 회식문화 차이 뚜렷

술자리도 세대에 따라 변화되는 양상을 띤다. 실제로 최근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회식문화가 일치하지 않아 간부급들은 삼겹살에 소주를 걸친후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으로 가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반면에 신세대들은 영화나 포켓볼, 볼링 등의 레저활동과 함께 재즈바나 레게바를 선호, 저녁식사 이후에는 아예 따로 회식하는 경우까지 생기는 풍속도를 낳기도 한다.
이는 술문화가 집단적 가치에서 개인의 취향과 선호로 선회하는 과정이 한 일면이다. 또 한 예로 최근에 이혼남녀를 위한 만남을 제공하는 카페형식의 술자리는 새로운 사교문화라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통신에서 만나 즉석에서 이뤄지는 번개모임의 술자리는 탈일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볼수록 정이 드는 ‘뚝배기 인간관계’가 아니라 단지 한 번 만나면 그 뿐인 ‘양은냄비 인간관계’이거나 일상적 관계를 떠난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벼운 호기심과 손쉬운 욕구충족의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와의 놀이’ 이상현상

한국 술집의 역사에서 80년대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은 술집과 음향기계의 결합, 술집과 노래의 결합, 성인 쇼의 확산, 여종업원 술집의 대중화, 술집의 주택가 침투, 젊은 세대 전용 술집의 등장, 술집 인테리어의 고급화, 술집의 공간구조의 변화 등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예전부터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저하게 대중화되는 것은 80년대부터다. 특히 디스토테크, 가라오케, 단란주점 등과 같이 ‘기계와의 놀이’는 더욱 부각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종 욕구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유보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향유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보편화돼고 있다. 술집이라는 것이 단지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의 장소로서만의 기능을 하는 측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화나 토론 문화는 성숙되지 못한 채, 현실에 주어진 공간의 어색함을 시끄러운 노래소리와 쇼걸, 여종업원의 교태등이 메워주기 시작한 것.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쾌락주의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나아가서는 성개방 풍조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정소원 기자 <swju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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