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산업과 자본주의 정신


도박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올해 경마, 경륜, 카지노, 복권 등 합법적 도박산업의 매출이 11조5539억원으로 추산돼 지난 99년의 4조4402억원에 비해 2.6배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추산한 도박산업 재정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도박산업 매출 추산액은 경마 7조8000억원, 경륜·경정 2조2562억원, 카지노 4955억원, 복권 1조22억원 등 모두 11조5539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도박산업 총 매출액의 4분의 1인 2조8027억원이 정부의 재정수입으로 전입된다. 올해 예산이 105조원이니 우리나라 예산의 2.7% 정도가 도박산업에서 조달되는 셈이다.

한국 레저산업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2001년 한해 동안 국내 도박산업의 이용인구는 2260여만명으로 전년보다 48%나 늘었다. 여기에다 매출규모가 집계되지 않는 사설경마, 인터넷도박 그리고 전국 1만1000여곳에 이르는 실제 도박행위가 이뤄지는 성인오락실 등을 합하면 국내 도박산업의 실제 매출액은 1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나친 도박산업

그러나 아직도 재정수입 확보에 혈안이 된 관련기관들은 호객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 88올림픽 조정경기가 치러졌던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경정은 4개월만에 연인원 24만7000여명을 끌어들였는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보다 많은 인원을 경정에 끌어들이기 위해 장외발매소 설치 계획을 추진중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대한민국 체육의 메카인 한국체육대학이 위치해 있고, 한성백제의 유적인 몽촌토성에 세워진, 우리 민족 5000년 역사의 자존심인 88올림픽대회의 개최지인 올림픽공원은 주말이면 대박의 꿈을 좇는 경륜 인파로 이미 그 혼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다.

세수확보에 혈안이 돼 카지노, 경마·경륜 장외발매소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제주도를 비롯해 줄을 선 상태며, 또 오토바이 경주, 경견(개 경주) 등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도 생겨났다. 얼마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시는 아시아 경기대회 때 이용한 승마장과 사이틀 경기장을 경마·경륜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연일 국민들을 향해 도박을 하라고 손짓하고 있다.


절실한 근검·절약의식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도박산업의 뒤꼍에는 얼마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 주부였던 이들의 한숨과 눈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와 더불어 건전한 국민 레저로 경마, 경륜, 경정과 같은 도박산업을 육성·발전시키겠다고 하지만 이는 너무나 안일한 발상이다. 도박은 중독성이 심각해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파탄시킨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용역의뢰한 ‘병적 도박 실태조사 및 치료 프로그램’ 중간보고서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는 무려 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성인인구의 9.3%에 해당하는 것으로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2∼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외국의 경우 도박 경험률은 우리보다 훨씬 높지만 정부가 사회적 구제를 벌여 중독률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심각한 중독에 이를 때까지 아무런 경보장치나 보호장치가 없어 중독비율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정부는 도박산업 전체 매출액의 4분의 1을 재정수입으로 거둬들이면서도 도박중독자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선 한푼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고, 도박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구도, 계획도, 대책도 없이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방임적 시장원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시장원리에 의한 자유방임만이 자본주의의 모든 것은 아니다.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의 에토스로 근면, 검약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들고 있다. 도박산업은 이중 어느 하나와도 닮은 데가 전혀 없다. 정부는 눈앞의 경기부양과 재정수입 확대에 연연한 나머지,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건강한 자본주의 정신을 함양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명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파이넨셜 뉴스 2002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