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책임, 정부가 져야 한다

 

예로부터 주색잡기 가운데서도 가장 끊기 힘들고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도박을 꼽아 왔다. 하루아침에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탄나서 도박중독의 끝이 패가망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모든 개인적인 도박은 금지되어 있다. 모든 합법적 도박은 국가가 중요한 산업의 하나로 삼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경마, 경륜, 카지노, 각종 복권사업이 모두 그렇다. 그 결과 사회 전체적으로 도박을 권장하는 듯한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장에서 일어난 도박중독과 이로 인한 가정파탄, 개인파산 등의 사회적 문제가 올 국정감사에서 추궁될 정도로 그 폐해는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인구는 300만명에 이르러 성인인구의 10%에 육박한다. 도박산업의 규모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45%가 늘어난 11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도박성 게임 사이트의 성행 등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손쉽게 도박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을뿐더러 해외에서 유입되는 도박사이트에 무분별하게 접속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도박은 인간의 사행심과 요행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도박으로 한탕의 꿈을 이루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도박장을 개설한 사람만 안전하게 수입을 올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한탕의 꿈을 좇아 도박장으로 몰려드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질병이 깊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모든 합법적인 도박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도박중독과 이로 인한 폐해를 더이상 개인 차원의 질병이나 파탄으로 간주할 수는 없게 되었다. 도박중독이 정부 주도의 도박산업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수익의 일부는 당연히 중독치료와 예방대책에 쓰여야만 한다.

 한겨레신문 2002년 10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