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도박 폐해 실태] 도박사이트 200여개… 중독성 심각

벤처기업 대표인 김모씨(43)는 지난해 10월께 E메일 광고를 통해 사이버 도박사이트를 알게 된 후 2∼3일에 한번씩 접속하는 등 도박에 빠져 결국 2480여만원을 잃고 도박전과자 신세가 됐다.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 대기업 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모씨(50) 역시 사이버 도박의 늪에 빠져 2300여만원의 도박빚을 지고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11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7140만달러(약 860억원)에 달하는 판돈의 사이버 도박을 벌여 166만달러(약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39명을 검거한 사건은 수면 아래에 잠자고 있던 사이버 도박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가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벤처기업 운영자였고 그 사이트를 중독되다시피 이용한 네티즌들 역시 공무원과 군인,의사,공기업 직원,벤처기업 대표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이버 도박의 폐해는 수년 전부터 지적됐던 사안이다.하지만 현금을 거래하는 불법 카지노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사이버 도박 사이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네티즌들은 대부분 호기심 때문에 참가했다 거금을 잃고 있으며 심지어 사이트를 개설한 후 판돈만 결제토록 한 후 사이트를 폐쇄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도박은 실제 도박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단시간에 급속히 퍼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도박보다 훨씬 더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이번에 상습도박 혐의로 검거된 이들 역시 대부분의 네티즌들처럼 사이버 도박을 권유하는 E메일을 통해 사이버 도박에 참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 대한 홍보 E메일을 받는 네티즌 모두가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수 있다.

이처럼 피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신용카드 결제대행사를 외국의 법인으로 두면 물증확보가 어려운데다 사이트 운영자들이 대부분 차명계좌로 거래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계좌추적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버 도박 사이트 중 한글로 이용이 가능한 사이트는 200개 정도로 추산된다”며 “현재로선 뚜렷한 단속 대책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사이트를 근절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훈기자 shjung@kmib.co.kr

 국민일보 2002년 07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