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몬 ‘카지노 중독’…일가족 넷·공군대위 자살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쓰는 도박열풍이 40대 사업가의 일가족 4명과 창공을 날던 젊은 파일럿을 끝내 죽음의 길로 내몰고 말았다.

고액 당첨금을 건 각종 복권과 카지노 개장,인터넷을 타고 안방까지 찾아드는 사이버도박의 폐해는 허황된 ‘대박의 꿈’을 넘어 이제는 단란했던 가정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위험수위에까지 이르고 있다.

26일 오전 9시40분쯤 경기 양평군 옥천면 중미산 휴양림내 방갈로에서 불에 탄 유골로 발견된 S씨(42·사업)와 부인(42),아들(중3),딸(중1) 등 일가족 4명은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S씨가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선 카지노를 드나들었고 여기서 그나마 남아 있던 회사자금 상당액을 날렸다는 회사직원들의 말에 따라 돈을 잃자 이를 비관해 동반자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S씨가 서울에서 컴퓨터 자수를 하는 소규모 공장을 운영해왔으나 그동안 납품실적이 거의 없는 등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 은행과 거래처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등 빚에 쪼들려온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S씨가 25일 오후 혼자 휴양림 관리실을 찾아가 방갈로 1채의 열쇠를 받아간 뒤 추가로 1채의 방갈로를 빌려갔다”는 관리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숨진 경위 등을 수사중이다.

앞서 26일 오전 6시20분쯤 강원도 정선 스몰카지노 인근 골프장 건설현장에서 사관학교 출신의 전투기 조종사 K대위(34)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경찰은 K대위가 지난 15일 정선 카지노장을 찾아 20일과 21일을 제외하고는 휴가 마지막날인 25일까지 도박에 몰두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결과 K대위는 당초 가져온 돈을 모두 잃은 뒤 카지노호텔 인근 전당포에서 다시 1310만원의 소위 카드깡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따라 경찰은 소령 진급까지 눈앞에 둔 K대위가 카지노에서 돈을 모두 잃자 이를 비관,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가족 등 주변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난치병을 앓는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겠다며 카지노를 자주 찾았고,최근 도박중독 증상을 보이자 “카지노에 다시 가지 말라”는 아내와 한때 불화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영안실로 달려온 K대위의 어머니는 “똑똑하게 잘 키웠는데 이렇게 가다니?”라며 오열했고 부인은 “아이가 오랫동안 아파 치료차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사는 강릉으로 와 남편과 떨어져 생활해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춘천=변영주,양평=최진광기자 yzbyoun@kmib.co.kr

국민일보 2002년 0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