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뭐길래

 

IT 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은 가히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미 그 영향력이 입증되었던 인터넷의 파워는 여ㆍ야, 보수ㆍ진보를 막론하고 이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세력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인터넷과는 무관할 것 같은 나이 든 보수 정치인들 마저 네티즌들의 동향과 그들의 취향에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모르고는 사회의 코드를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사이버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 대학생들은 인터넷과 함께 눈을 뜨고, 눈을 감는 세대이기에 그들을 이해하는데 인터넷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곧바로 이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의 부상을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러한 신종 사업들 가운데에는 기성세대들이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사업들도 많은 것 같다. 지난 달 발생한 열한 살짜리 초등학생의 자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었는데, 문제는 바로 아바타였다.

아바타가 뭔가. 아바타를 모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구세대! 실제로 내 친구 가운데에도 아바타가 뭔지 몰라 묻는 친구가 있었다. 어른들에겐 정말 낯선 이름인 듯 하다.

아바타(avatar)는 인도의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영광의 신, 뷔슈누(Vishnu)가 자신의 화신인 아바타로 내려와 위기에 처한 세상을 평정하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데서 유래한 신화 속의 단어이다. 그런 유래를 갖고 있는 아바타가 신세대들에게는 사이버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캐릭터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이 아바타의 출현은 어쩌면 타인과의 실질적인 관계를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유아독존적(?)인 구미와 잘 맞아 떨어져 유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만큼 아바타 꾸미기는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경쟁이 되어 있고, 마음에 드는 아바타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하여 원조교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들린다.

기성 세대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겠지만 실제로 이들은 아바타 아이템 구입을 위하여 보통 2-3만원 정도를 쓰고 심지어는 수십 만원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번 자살한 초등학생의 경우도 바로 아바타 아이템 구입에 쓴 과도한 전화요금 때문에 부모로부터 꾸중을 들은 게 원인이었다고 하잖던가.

사실 이 문제는 철없는 한 초등학생의 불행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인구가 이미 국민의 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업들은 'IT 왕국'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포털 사이트들이 아바타 시장을 통하여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아바타 시장은 지난해 700억원대로 급성장을 했고 올해도 그 시장규모가 1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업 윤리는 막대한 시장에 걸맞지 않게 부실했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기업만을 탓할 수는 없다.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부모들의 관심이야말로 어찌 보면 더욱 필수적이고 선행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가상세계와 아바타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무조건 백안시할 수 만도 없는 일이다. 다른 중독, 신드롬과 마찬가지로 아바타 역시 그저 한 때의 현상으로 넘길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코드를 이해하고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바타에 관심이 많은 건 우리 아이(초6)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쓴 아바타 관련 일기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제목: 아바타 변신>


오늘 아바타옷을 샀다. 우연히 보게된 아바타 메일 덕분이었다. 아바타 메일을 삭제하려다가 보니 캐쉬가 1원 이상이면 무조건 1000원짜리 아바타 상품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나의 아바타는 전차와 강아지, 그리고 보라색 7부 바지가 전부였는데 모두 공짜 이벤트로 얻은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아바타 상품권을 공짜로 준다고 하니 기뻤다. 상품권으로 뭘 살까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아파타 쇼핑몰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직접 입어보기도 했다.

앞 페이지에는 대부분 비싼 옷과 배경, 소품들 밖에 없어 1000원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을 살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뒤 페이지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싸고 예쁜 바지, 티셔츠가 많이 있었다. 목도리를 두른 옷들도 있었다. 예쁘긴 했지만 지금은 여름이어서 목도리 달린 옷, 코트 따위의 겨울옷은 아예 입어보지 않았다.

나는 원래 입고 있던 7부 바지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을 여러 벌 입어보았다. 그러다가 내 바지와 안성맞춤일 것 같은 갈색 블라우스를 발견하였다. 지금까지 입어본 옷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세련된 옷이었다. 그래서 그 블라우스를 샀다. 내 아바타가 새로운 옷으로 단장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분홍색의 기본 아바타만 가지고 있다가 최근에 탁자와 강아지 아바타를 공짜로 얻었는데 (그것도 내 덕분에 얻은 것! 이벤트 정보를 알려줘서….), 또 다시 공짜 상품권 정보를 알려드렸다. 엄마도 아바타 꾸미기에 관심이 있어서 1000원 짜리 상품권을 받아 예쁜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샀다.

엄마는 아이디가 다른 메일을 몇 개 더 가지고 있어서 다시 로그인을 하여 상품권을 받았다. 딸을 잘 둔 덕분이다.
∩_ ∩*

오늘 나의 정보로 상품권을 받은 사람은 엄마뿐이 아니었다. 이모와 아빠 역시 모두 아바타 상품권으로 아바타를 새롭게 꾸몄다. 이모는 우리 식구들이 모두 돈을 주고 아바타를 산 줄 알았다고 했다. 물론 오해였다.

우리 엄마가 누구인가. 그런 허접한 일에 돈을 쓸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 돈을 쓰게 할 사람도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엄마의 영향으로 돈을 줘야 하는 유료 꾸미기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모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뭘 샀나? 엄마는 대~한민국에 나옴직한 큰 태극기와 치마에 두를 수 있는 태극기, 꽃 화관, 헤어밴드를 샀고 아빠는 반코트와 태극기를 샀다. 이모는 방송국 앵커의 기분을 낼 수 있는 방송국 배경을 샀다. 모두 1000원이 안 되는 공짜 상품권으로 새로운 변신을 한 것이다.
 

내 아바타가 예전보다 더 예뻐져서 기분이 좋았지만 내 덕분에 우리 가족의 아바타도 화려하게 변신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마 내 정보가 아니었더라면 엄마, 아빠, 이모의 아바타는 정말 썰렁했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언제나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 아참, 내가 컴퓨터를 많이 하는 줄 알지만 나는 1주일에 2시간 30분 밖에 못 한다. 엄마가 컴퓨터 코드를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갈증나는 컴퓨터 시간…. 그리고 내 아바타는 전차가 왔다 갔다 하는 움직이는 아바타인데 여기에 올리기 위해 그림 파일로 저장하느라 순간포착을 했다. 프린트 스크린을 이용하여 포토샵에서 작업함!

/한나영 기자 (azurefall@hanmail.net)

 오마이뉴2003년 0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