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중독 내 얘기 아니라고요?”  

 

 M중소기업 재무팀에서 근무하는 김중진씨(가명·31)는 매일 오전 2, 3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퇴근 후 자기 방에 틀어박혀 몇 시간이나 영화파일, 음란동영상파일을 다운 받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그 놈의 동영상 다운로드가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취미처럼 시작한 영화 및 동영상 모으기가 집착으로 바뀌게 된 것은 올해 초 모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에 등록하면서부터다. 사이트의 시스템에 따라 자신의 파일을 가져간 다른 네티즌들에게서 사이버머니를 받으면서 김 대리의 머릿속은 ‘어떤 동영상을 공유해 얼마나 많은 사이버머니를 얻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최근 직장 상사에게서 “지각이 잦고 근무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질책을 듣고 나서야 인터넷 중독증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중독은 병=김씨처럼 사이버 중독으로 현실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네티즌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 채팅, 온라인 도박, 온라인 증권투자 등 중독 대상도 나날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4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 접수된 개인상담 건수는 547건으로 매달 130여건의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중학 3학년생과 고교 1학년생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이 사이버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사이버 중독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최근 강남의 K심리치료사무실을 찾은 중학생 강성수군(가명·14)은 방과 후 매일 5시간 이상 인터넷게임 ‘리니지’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PC방에 가면 나만큼 리니지를 오래하는 사람이 많아요. 학교에서도 게임 때문에 낮에는 잠만 잔다는 친구들이 수두룩한데 왜 내가 환자라는 거죠?”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 김현수 박사는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 대부분이 주변 사람의 손에 끌려 온다”며 “부모들과 배우자, 직장동료들의 관심과 충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예방 및 치료법=대학생 오진수씨(가명·24)는 한 달 전 하숙방에 있던 컴퓨터를 팔아버리고 대신 책장을 하나 샀다. 수업까지 빼먹으며 하숙방에 틀어박혀 지낸 지 두 달.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된 하숙방은 그동안 오씨가 눈을 뜨고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 13, 14시간 동안 PC방이 되어 왔다.

“이대로 가다간 인생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정일의 독서일기, 공병호의 독서노트 등의 책을 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들 책에 나온 추천도서를 읽으며 책장을 채워나갈 생각입니다.”전문가들은 오씨처럼 인터넷이나 게임이 아닌 다른 활동을 취미로 삼는 것이 사이버 중독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컴퓨터를 거실 등 공개된 공간에 설치하고 이용할 때는 방문을 열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C방에는 친구들과 함께 가고 집에서는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자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라면 모야5, 신기로(singiro)i4u, 스톱(Stop), e카드맨 등 인터넷중독 방지 프로그램을 집안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이수진 박사는 “컴퓨터가 필요 없는 일상 업무를 반드시 실행하고 컴퓨터 사용 시간을 매일 기록해 두면 사이버 중독을 극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동아일보 2003년 06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