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역기능 '위험수위'

 

 ‘게임, 제발 재미로 합시다’ ‘게임은 게임일 뿐’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온라인게임 리니지2 게시판에는 게임 중 나타나는 사용자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게임 중독성을 우려하는 글들이 매주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에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들이 아이템과 레벨업에도 집착하다보니 일종의 사회인 게임 공간내에 무질서가 팽배해 있다는 것. 이는 결국 게임 중독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뿐만 아니라 아이템 사기와 갈취, ID 도용 등 사이버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게임 개발회사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게임의 목적은 아이템 획득=A3는 최근 오토프로그램을 90% 이상 차단했다고 밝혔다. 오토프로그램(매크로)이란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게임 내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줍도록 설계된 자동게임 실행 프로그램. 이 게임을 개발한 액토즈소프트에 따르면 오토프로그램을 차단한 뒤 동시접속자수가 5만명에서 3만5000명으로 떨어졌을 정도다. 많은 사용자들이 오토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역시 사용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보다도 좋은 무기와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오토프로그램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리니지2, 뮤 등 대부분의 인기 게임에서 나타나고 있다.

리니지2의 한 사용자는 “게임상에서 같이 몬스터를 잡아도 아이템을 먼저 주워서 도망가버리거나 캐릭터가 죽어가는데도 도와주기는커녕 캐릭터가 죽은 뒤 떨어뜨릴 아이템을 기다리고 있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가 비일비재한데도 문제 제기하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본다”고 말했다.

◇역기능이 순기능 압도한다=한 온라인게임 유저는 “온라인게임이 가상사회의 일종으로 준교육터 역할을 해야하는데 게임을 하다보면 제대로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니라 폭력, 아이템 사기, 이기주의만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유저는 “사용자들의 비상식적 게임 플레이와 아이템 획득에 혈안이 돼 있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겪어서 A온라인 게임을 접한 뒤 나도 모르게 욕설이 잦아졌으며 성격도 거칠어졌다”고 토로했다.

경찰청은 7일 올들어 7월말까지 일어난 사이버범죄 4만42건 중 통신·게임 사기가 2만2329건으로 55.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통신·게임 사기 건수(1만7144건)에 비해 3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게임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과 역기능을 단순한 사회현상 정도로 보기에는 이미 선을 넘어선 셈이다.

◇대책 마련 시급하다=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온라인게임에서 아이템 거래를 비판하는 사람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리니지의 한 유저는 “게임이 현실보다 더 돈에 크게 지배받도록 설계돼 있어 작업장(게임 아이템을 직업적으로 얻는 사람들의 별도 공간)이나 현금거래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게임 자체가 아이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도록 구성돼 있는데 개발사들이 약관을 통해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한다고 하는 것은 책임만을 피하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사이버수사대에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민원은 하루에만 수백건에 이르러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재승 대장은 “민원에 관련된 10, 20대를 모두 범법자로 만들 수 없고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 개발사와 사회 전반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이버수사대는 자체 모니터링 강화, 아이템 거래 퇴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 게임 이용시간 제한, 게임 중독 시스템 약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업계 차원의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협조 공문을 개발사들에 보낼 계획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전자신문 2003년 08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