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충격적 보고서`

 

 게임뇌의 공포 / 모리 아키오 지음/사람과 책 한 아이가 장수풍뎅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장수풍뎅이가 죽었다. 이를 본 엄마 아빠가 슬퍼하자 아이는 “ 아빠, 건전지만 갈아 끼우면 되는 걸 갖고 뭘 그러세요”라며 사 뭇 진지하게 말하더란다.

일본의 뇌신경 과학자인 모리 아키오 박사가 자신의 저서 ‘게임 뇌의 공포’에서 게임에 중독된 요즘 아이들의 뇌에 이변이 생기 고 있다며 예시한 이야기중 하나다.

뇌 전문가인 저자는 어려서부터 변변한 운동 한번 안하고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의 뇌가 과연 건강하게 발육하고 있을 까하는 궁금증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직접 개발한 뇌파계를 이용했다. 그 결론은 충격적이다. 장기간 게임 을 해온 어린이의 뇌파가 중증 치매환자의 뇌파와 흡사하다는 ?營퓽?발견한 것이다.

모리 박사는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 ▲게임은 잘 안하지만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1~2시간 보는 사람 ▲일주일에 두세번 정 ?게임을 하는 사람 ▲주 4~6회 게임을 하는 사람 등으로 나누 어 여러 상황에서의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게임을 하는 동안 시각계의 신경회로 활동이 너무나 강력해서 이성이나 창의성, 판 단력, 윤리의식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 전부피질의 세포활동이 거 의 정지해 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임의 템포가 너무 빨라 사고가 개입될 여지가 없이 기계적인 손동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기능을 가진 전두엽 전부피질의 기능이 저하되면 자제력이 상실되고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하고, 자율신경계 실조증, 체력저하, 가상과 현실의 혼동 등 병적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 의 엽기적 행각과 도덕 불감증, 충동적 범죄 등도 게임 중독과 연관이 있다며 겁을 주기도 한다.    책은 게임중독의 폐해를 지적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뇌 파의 변화를 통한 과학적인 논리전개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실험대상이 소수에 한정돼 있는데다 자신이 개발한 간이 뇌파계를 이용, 객관적인 데이터로서의 유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약 점을 지니고 있다.

거친 번역도 흠이다. ‘노멀뇌’(정상적인 뇌), ‘실드되지 않은 ’(차단되지 않은) 등 일본식 조어를 그대로 옮긴 부분이 많은 점도 거슬린다. 내용이 자극적이었던 만큼 지난해 일본에서 발간 됐을 당시 과학적 객관성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그러나 자녀들의 게임중독으로 일본의 부모들 못지않게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 부모들 입장에서는 한번 읽어볼 만한 내 용이다. 이윤정 옮김.

/ 박상주기자 sjpark@munhwa.co.kr

문화일보 2003년 08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