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배운 엄마 '고스톱 중독'  

 

 '엄마는 고스톱 게임 중.'

 40∼50대 엄마들이 인터넷 고스톱 게임에 푹 빠졌다. 남편과 자녀를 직장이나 학교 등에 보내고 특별한 여가생활을 갖지 못한 엄마들이 고스톱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이클럽·넷마블 등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고스톱 게임의 전체 이용자 중 40대 이상 여성은 20∼30%로, 10명 중 2∼3명이나 된다.

이들은 구청 등의 인터넷 주부 특강에서 인터넷을 알게 된 초보들이다. 3개월 동안의 인터넷 교육을 막 끝냈다는 신모씨(55)는 "구청 강사가 고스톱을 하면 인터넷에 친숙해지고 실력도 늘어난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스톱을 통해 E메일나 채팅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김모씨(58)는 "고스톱 게임을 하기 전에는 키보드 하나라도 잘못 누르면 컴퓨터가 망가질까봐 두려웠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자녀들에게서 고스톱 게임을 배운다. 인터넷 배워서 기껏 한다는 게 고스톱이냐는 핀잔을 듣지만 그럴 때면 "클릭하는 것을 손에 익히려고 하는 거야"라고 변명한다.

고스톱 게임은 쉽게 배운다. 오프라인 고스톱과 다를 게 없는 데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쉬워서다. 처음에는 게임에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모두 잃어 자녀들에게 'SOS'를 치기 일쑤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어느새 고수가 돼 있다. 회사원 신희정씨(27·여)는 "엄마가 사이버머니를 매번 날려 구원투수로 수차례 기용되곤 했는데, 지금은 가지고 있는 세개의 ID 모두 중급 이상의 실력으로 올려놓았다"며 놀라워했다.

고스톱 게임을 즐기는 엄마들이 늘면서 동창회에서 고스톱 게임을 모르면 왕따를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인터넷기업에 다니는 김정현씨(28)는 "동창회를 갔다온 엄마가 고스톱 게임을 몰라 대화에 끼지 못했다며 역정을 내셨다"고 전했다.

고스톱 게임에 중독돼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회사원 이규현씨(28·여)는 "엄마가 거의 매일 120판을 치실 정도로 고스톱에 빠지면서 아버지 식사를 챙기지 않아 요즘 들어 부부싸움이 잦다"고 말했다.

김현수 인터넷중독치료센터 원장은 "인터넷 고스톱 게임을 오프라인 고스톱과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독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며 시간을 정해놓고 즐길 것을 권했다.

 

권오용 기자 bandy@hot.co.kr

굿데이 2003년 04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