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중독, 사이버 섹스“나쁜줄 알지만 어쩔수 없어요”  

 

최근 강간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이모씨(39). 그는 소위 말하는 성 중독증 환자였다.

평범한 회사의 중견 간부였던 이씨는 평소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기분변화를 느끼곤 마약을 한 후 아내가 아닌 많은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물론 죄책감도 여러차례 느꼈지만,지속적으로 욕망을 분출하지 않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과 초조감을 떨칠 수 없었다는 이씨. 결국 되돌아 올 수 없는 ‘범죄의 선’을 넘고 말았다.

한 정신과 의사는 그런 이씨에 대해 기분이나 자신감의 상태가 변화되는 것을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고 회복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 중독증’은 이씨처럼 끊임없이 성관계를 갖기를 원하고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칠 수 없는 상태. 1983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 패트릭 캐른스가 ‘어둠 밖으로’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성욕 과잉증’ 혹은 ‘성적 강박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추정하는 국내 성중독증 환자는 전인구의 5%정도.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에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연세 유&김 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은 “정치,사회적으로 성공한 성취 지향적인 인물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들이 성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고,불행한 부모 관계와 왜곡된 남성주의적 가치관 등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각종 음란물을 접하는 기회가 늘면서,일반인 중에서도 사이버 섹스 중독증에 빠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성중독증도 병이다=아직 논란 중인 문제이긴 하지만,독립된 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마약,알코올 중독처럼 시상하부가 속한 뇌의 가장자리계(변연계)의 이상으로 쾌락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성관계를 계속 하지 않으면 뇌에서 특수 물질이 나오지 않아 못 견딘다는 주장. 이때는 알코올 중독처럼 금욕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약물치료 및 상담을 받아야 한다.

 별도의 질환이 아닌 정서불안,우울증 등을 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경우는 정신상담과 더불어 항우울제와 충동조절약 등의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증세가 심해 성범죄의 우려가 있다면 여성 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완치가 힘들고 재발도 잦다는 게 문제.

 ◇성도착증 가장 심각=“남편이 하루에도 서너 차례 이상,그것도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요구해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바람을 피울까봐 어쩔 수 없이 들어주고 있지만,제가 동물같이 느껴져 너무 괴롭습니다”

 최근 남편의 성도착증세 때문에 서울의 한 신경정신과를 찾은 30대 주부의 상담 내용이다.

 성 중독증 환자 가운데는 보통 사람들이 ‘변태’라고 부르는 성도착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성도착증은 6개월이상 강력한 성적 충동이 갑자기 일어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상적이고 괴상한 상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의학용어.

 남들의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길 좋아하는 관음증이나 성적 흥분을 위해 상대방과 심신의 괴로움을 주고 받는 성적 가학 및 피학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런 성중독증이 애정관계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는 것.

 사는 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 원장은 “성관계의 목적이 애정관계의 확인이나 종족 보존 등과는 관계 없이,단순 욕망 분출이나 남성성 확인,불안해소 등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대부분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이버 섹스,위험한 도피=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던 회사원 김모씨(42)는 최근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젊은 사원들 보다 인터넷 서핑이 더 능숙한 김씨. 그를 인터넷의 고수로 만든 것은 바로 야동(야한 동영상),야설(야한 소설),야사(야한 사진)들이다. 김씨는 음란 사이트에서 본 장면들이 머리 속에 가득해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김씨처럼 인터넷 포르노물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사이버 채팅을 통해 음란한 대화를 주고 받는 단계를 넘어 폰섹스,실제 섹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일반 성중독증을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사이버 섹스가 다양한 자극을 개발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현실과 가상의 차이가 클수록 실제 성생활을 방해할 수 있다”며 “사이버 섹스 중독자의 경우 성적인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정상인 보다 훨씬 떨어져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자신이 사이버 음란물에 집착한다고 생각되면 먼저 컴퓨터를 공개된 장소로 옮겨야 한다. 운동이나 새로운 취미생활을 갖고,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자문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이버섹스 중독 자가진단표

 1.음란물을 찾기 위해 매일 성인 인터넷방을 들락거리거나 성인 채팅방을 찾아 다닌다.

 2.매번 더 나은 사이버 섹스 파트너를 만나 더 큰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3.사이버 섹스가 폰섹스나 실제 섹스로 이어진다.

 4.자신의 섹스 파트너에게 사이버 섹스 사실을 숨긴다.

 5.사이버 섹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6.사이버 섹스를 하는 도중 자위행위를 한다.

 7.사이버 섹스의 성적 쾌감을 더 선호해 실제 섹스를 멀리하게 된다.

 

■ 이럴 경우 성중독 의심하라

 1.성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어,하루에도 네차례 이상 성관계를 갖거나 자위행위를 한다.

 2.성관계 후에 우울해진다.

 3.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섹스를 이용하고 있다.

 4.통제되지 않는 성행위로 병을 얻거나 범죄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5.한번 관계를 가진 상대에게는 흥미를 잃어 지속적인 관계가 어렵다.

 6.애인이나 배우자보다 폰 섹스나 사이버 섹스 상대에게 더 빠진다.

 7.성적인 능력을 자신의 능력이나 매력과 동일시 한다.

 8.가정,직장 등에서 대인 관계상 문제가 생긴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국민일보 2003년 0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