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음란물 이대론 안된다] 청소년 중독 실태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중독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청소년의 절반정도가 음란물에 중독돼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부와 직장인 등 성인들 사이에서도 음란채팅이 유행하는 등 인터넷 음란물이 판을 치고 있다.외국의 한 조사기관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네티즌들이 음란사이트를 가장 많이 찾는다는 통계를 내놔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성인사이트를 가장한 포르노 사이트가 독버섯처럼 생겨나 인터넷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최근들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음란물의 실태와 문제점,외국의 예,개선책 등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지난달 24일 경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음란물을 올린 여고생 이모양(19?경기수원시)을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자신의 홈페이지 자료실에 인터넷에서 구한 음란만화와 음란사진은 물론 최장 60분짜리 음란 동영상까지 모두 60여가지의 음란물을 올려놓았다.

일부 남학생들의 문제로만 인식됐던 인터넷 음란물 문제가 최근들어 여학생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지난 2월 세계적 인터넷 조사기관인 넷밸류는 한국 네티즌들의 음란사이트 방문율이 56%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며칠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가 서울시내 남녀 중?고생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인터넷 음란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7%가 1주일에 1시간30분 이상 인터넷 음란물을 본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음란물을 보는 청소년 가운데 9%는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이성과 성관계를 가졌으며,7.2%는 원조교제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이들이 접한 음란물의 종류는 동영상 63.3%,사진?만화 63.1%,소설 30.6%,채팅 16.4%,음란 동호회 가입 14.6%,섹스숍 조회 11.9% 등이었다.

특히 PC카메라 보급이 확산되면서 단순히 음란 사이트에 게시된 자료를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형식의 음란채팅이 유행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의 탈선과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입건된 주부 윤모씨(42)의 예는 음란 화상채팅이 일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주부 등 성인에게까지 확산돼 있음을 잘 보여준다.경찰은 윤씨가 인터넷 공개 채팅방을 개설한 뒤 채팅방에 들어온 남성들과 PC카메라로 은밀한 부분 등을 서로 보여주는 등 음란채팅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화상채팅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의 동호회를 통해 급속히 번져가고 있는 음란채팅은 원조교제나 불륜 등 오프라인의 탈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상대방의 모습을 몰래 정지화면으로 잡아 인터넷에 마구잡이로 올리는 경우도 있어 특히 여성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실제로 지난해 서울경찰청에서 적발한 282건의 원조교제 사범중 53.5%(151건)가 인터넷 채팅을 통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에 5시간 이상 채팅에 빠져 있다는 대학생 김모양(22?서울가양동)은 “온라인에서 대화하다보면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더 솔직한 얘기를 부담없이 할 수 있어 위안을 얻게 된다”며 “온라인 채팅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년의사 인터넷 중독치료센터(netmentalhealth.fromdoctor.com)의 김현수 소장은 “음란물 등 인터넷에 빠지는 현상은 알코올 중독과 마찬가지인 병으로 볼 수 있다”며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현실에서의 좌절이나 외로움 등이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김소장은 또 “전업주부였던 이들이 인터넷에 쉽게 빠진다는 연구도 있는 만큼 단조로운 생활에 지친 청소년과 주부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넷 사이트(www.netstune.com)를 통해 음란사이트를 청소년의 힘으로 없애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성진군(평택 청담정보통신고)은 “음란사이트를 폐쇄하고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네티즌 스스로 기준을 갖고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음란물에 빠지면 개인이 피폐화되는 것은 물론 가정불화도 조장하게 된다.가족 중에서도 특히 부부중 한사람이 음란물에 중독될 경우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인터넷과 관련한 부부갈등의 문제를 상담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게임중독 관련 상담이 저학력 계층에 많은데 비해 음란사이트와 관련된 상담의 대상은 의외로 엘리트로 인정받는 이들이나 사무직이 많다”고 말했다.

조위원은 또 “인터넷에 빠지면 부부간의 대화가 줄어드는데다 자녀,가사 등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지는 수가 많다”며 “남편이 음란물 검색에만 매달리거나 아내가 채팅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경우는 배우자에 대한 신뢰문제로 이어져 가정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승훈기자 shjung@kmib.co.kr

국민일보 2001년 0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