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상실 의처증 부른다

 

 실직-정년퇴직 등 사회적 고립 한 원인... 정신-약물치료 병용하면 60% 이상 호전

의학적으로 의처증이 발병하는 원인은 생물학적 원인과 개인의 심리 적 문제, 그리고 사회적 환경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생물학적 원인이란 신경학적 장애와 유전적 요인을 말하는 것으로 대뇌 호르 몬 중 외부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감지하는 호르몬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분비되는 사람이 의처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현재로서는 유 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지만 가족력이 많이 발견되는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리적 원인은 아들의 밥상에는 달걀을 놓았는데, 자기에게는 놓지 않았다든가 하는 아주 사소한 이유가 계기가 된다. 그는 '아내가 나 를 미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야'라고 부정을 하 고는 곧 '그렇다면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며 제 3자에게 투사를 한다.

사회적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해당할 수 있다. 인터넷 인구 확산과 함께 채팅으로 인한 불륜이 심심치 않게 신문과 방송에서 오르내리 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졌으며, 사회 전체적으로 성에 대한 개 방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도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불륜을 미화하는 TV 드라마도 남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연세의대 정신과 이홍식 교수는 "기혼자가 배우자 외에 애인을 따로 두는 게 흔한 일이 되고 이혼율이 증가하는 등 가정의 윤리가 급속 히 약화되는데 자극을 받아 의처증 소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발 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직이나 정년퇴직 후 집에 있게 된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다 보니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문 을 가지게 되고 그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의처증으로 나타 나는 것이다.

 

▲경계 호르몬 과다 분비 의처증 유발

의처증이 있는 사람은 부부동반 모임에 가서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만 해도 질투를 하고, 타인에게서 자신의 결함을 발 견할 때 발병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기가 성기능이 떨어지는데, 성기능이 약한 누군가의 아내가 알고 보니 바람을 피웠더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의 아내도 분명 바람을 피울 것이라고 확신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의처증을 치료하기는 매우 어렵다. 오죽하면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프 로이트가 두 손 든 병이 알코올중독과 망상장애라고 했을까. 그래도 1800년대에는 치료 방법이 전무하던 의처증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환 자의 50%가 회복하고 20%가 증상이 감소하며 30%만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용할 때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3분의 2 정도 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 에 병원에 오기 어렵고, 데려오더라도 의심이 많아 치료에 소극적이 거나 약물 투여를 거부하는 일이 잦다. 또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 눠 신뢰감을 쌓기 전에는 의사조차 자기 아내와 불륜관계를 맺었다 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의사는 부부 상담 등으로 환자의 신뢰감을 얻 은 뒤 망상증에 준해 항정신성 약물을 처방한다. 그런 다음 증상이 개선되면 약 처방량을 점점 줄이고 상담 등 본격적인 정신치료를 한 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정신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부부 클리닉 '후'의 김병후 박사는 "환자에 따라 정신치료의 내용도 행동 치료-부부치료-인지치료-정신치료 등 적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환자 나 가족에게 의처증에 대해 설명해주고 지침을 마련해줌으로써 효과 를 보는 경우가 있고, 부부 사이의 갈등 구조 속에서 온 의처증이라 면 갈등을 풀어내는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의처증은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사망하면 낫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이혼할 경우 피해자는 환자로부터 해방되어 자 유롭지만 환자의 병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뉴스메이커 2003년 0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