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총구에서 나온다
  

특집기획시리즈 | 에너지 전쟁

고갈위험 커지면서 점점 가속화되는 석유전쟁…
‘석유 그 다음’을 위한 대비 서둘러야

이라크 침략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손에 넣었고, 중동의 패권장악에도 한걸음 더 나아갔다. 한때 급등했던 석유가격도 이라크가 석유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 당분간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석유전쟁이 이번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구상의 석유 매장량은 제한돼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고갈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생산이 2010년께부터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며, 이를 앞두고 석유전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다. 과거 석유파동에서 경험했듯이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지면 국가경제의 앞날을 결코 장담할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도 석유를 값싸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까? <한겨레21>은 이런 문제의식 아래, 석유부족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석유 빈국들의 대체에너지 개발 노력을 기획취재했다. 시리즈는 앞으로 매주 한차례씩 실릴 예정이다.

지난 1973년 이른바 ‘10월전쟁’의 영향으로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원유값이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치솟았을 때, 당시 이란의 통치자였던 ‘샤’ 왕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코카콜라값과 비교해보시오, 원유값이 얼마나 싼지.” 샤 왕이 그런 말을 할 때에 비해 원유값은 지금 2배 넘게 올라 있다. 샤 왕의 계산법으로 오늘날 원유값과 코카콜라값을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난 5월1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 가격은 1배럴에 27.35달러로 원화로 치면 3만3천원가량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코카콜라 1.5ℓ의 가격은 1300원으로 1배럴(158.9ℓ)에 13만7천원이나 한다. 콜라가 원유의 4배를 넘는 것이다. 샤 왕식 계산법으로 보면, 석유값은 지금도 매우 싼 셈이다. 많은 이들이 20세기 인류문명에 가장 큰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석유자원의 활용을 꼽는다. 지속적 소비증가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 풍부한 석유생산 덕분에 인류의 삶의 방식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석유의 결정적 한계는 매장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석유공급이 중단된다면? 인류의 밤은 다시 어둠 속에 갇히고, 거리는 멈춰선 자동차로 넘쳐날 것이며, 공장은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다.

석유 있는 곳에 전쟁 있다

매장량만이 문제는 아니다. 석유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다. 석유자원의 소유 혹은 안정적 공급을 둘러싸고 그동안 수많은 전쟁이 일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라는 제2차 세계대전에는 50여개국에서 수천만명의 군인이 전쟁에 참여했고, 전쟁으로 5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전쟁 또한 직접적인 도화선은 석유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세력을 확장하자, 미국·영국 등이 차례로 석유금수를 선포하면서 독일과 일본은 석유 확보를 내걸고 전쟁에 돌입했던 것이다. 중동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도 이 지역에 석유매장량이 가장 풍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제 원유값을 들썩이게 한 이라크 전쟁이 조기종결됨으로써, 당분간 인류는 석유의 중요성을 잠시 잊을지 모른다. 석유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태규 책임연구원은 “유전의 재건과 개발 이후 증산이 본격화되면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저유가가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석유의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석유의 수요는 앞으로도 202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지만, 그 전에 석유의 공급량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00년 평균 7700만 배럴인 세계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2005년에는 8500만 배럴, 2010년에는 9400만 배럴, 2010년에는 1억1천만 배럴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연평균 2%가량씩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이에 비해 현재까지 확인되거나, 매장됐으리라고 추정되는 석유의 양은 그리 오래지 않아 인류에게 석유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일깨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 3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콜린 켐벨과 진 라헤르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현재 세계의 석유 부존량(1조2천억 배럴)은 세계가 매년 236억 배럴을 쓰고 있는 것으로 계산할 때 앞으로 43년간 쓸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학자들의 추정방법을 모두 동원해 매장량을 추산해보아도 2010년을 기점으로 세계의 유정이 점차 문을 닫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미 석유자본 이익률 떨어질 때마다…

석유의 매장지가 특정지역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석유의 고갈위험이 현실화되기 전부터 석유전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영국의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2001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 내 유전들은 전체로 볼 때 앞으로 10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영국의 경우도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할 경우 가채연수가 5년에 불과하다. 이런 위기의식은 두 나라로 하여금 중동의 패권을 탐내게 하지 않았을까 중동지역에는 최대 100년까지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이 몰려 있다. 미국과

 

영국은 결국 이라크를 침략했다.

2001년 <자원의 지배>라는 책을 통해 중동전쟁이 임박했음을 예고한 마이클 클레어(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햄프셔대학 평화 및 세계안보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냉혹한 자원추구는 미소 대립관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긴박감에 의해 가려졌다”며 “충분한 양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석유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점점 더 격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석유공급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군사력 사용을 통한 해결도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이라크 침략에서 미국인들의 70%가 “이라크에 생화학무기가 없더라도 전쟁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경제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79년 2차 석유파동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989~90년에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이어진 걸프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가 없는 나라일수록 타격의 강도는 컸다. 그런데 앞으로 석유를 통제하는 자들은 세계 모두의 이익을 위해 석유가격을 안정시키고, 석유를 과연 사이 좋게 나눠쓸 것인가? 캐나다 요크대학의 닛잔과 비클러 교수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석유자본과 군수자본의 역할을 분석한 두 교수가 <리뷰 오브 인터내셔널 폴리티컬 이코노미> 1995년 여름호에 발표한 한 논문에는 매우 독특한 분석(그래프 참조)이 실려 있다.

그래프는 미국의 핵심 석유자본과,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를 장기간에 걸쳐 비교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소름이 끼친다. 미국 석유자본의 이익률이 포천500기업의 이익률 이하로 떨어졌을 때마다,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은 이들의 이익률을 급격히 회복시켜주었다. 두 교수의 제자인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홍기빈씨는 “이는 이들이 전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동정세는 계속 혼돈 속으로

석유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과 미국의 석유자본, 그리고 다른 석유부국들이 결코 세계경제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이들의 이해에 따라 중동정세는 앞으로도 더욱 불안해질 것이고, 석유가격은 춤을 출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후반 석유빈국들의 관심은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이었고,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안정된 가격’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석유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이 현실화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면, 이제 ‘석유 그 다음’을 위한 대비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석유 있는 곳에 전쟁있다

매장량만이 문제는 아니다. 석유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다. 석유자원의 소유 혹은 안정적 공급을 둘러싸고 그동안 수많은 전쟁이 일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라는 제2차 세계대전에는 50여개국에서 수천만명의 군인이 전쟁에 참여했고, 전쟁으로 5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전쟁 또한 직접적인 도화선은 석유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세력을 확장하자, 미국·영국 등이 차례로 석유금수를 선포하면서 독일과 일본은 석유 확보를 내걸고 전쟁에 돌입했던 것이다. 중동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도 이 지역에 석유매장량이 가장 풍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제 원유값을 들썩이게 한 이라크 전쟁이 조기종결됨으로써, 당분간 인류는 석유의 중요성을 잠시 잊을지 모른다. 석유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태규 책임연구원은 “유전의 재건과 개발 이후 증산이 본격화되면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저유가가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석유의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석유의 수요는 앞으로도 202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지만, 그 전에 석유의 공급량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00년 평균 7700만 배럴인 세계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2005년에는 8500만 배럴, 2010년에는 9400만 배럴, 2010년에는 1억1천만 배럴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연평균 2%가량씩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이에 비해 현재까지 확인되거나, 매장됐으리라고 추정되는 석유의 양은 그리 오래지 않아 인류에게 석유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일깨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 3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콜린 켐벨과 진 라헤르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현재 세계의 석유 부존량(1조2천억 배럴)은 세계가 매년 236억 배럴을 쓰고 있는 것으로 계산할 때 앞으로 43년간 쓸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학자들의 추정방법을 모두 동원해 매장량을 추산해보아도 2010년을 기점으로 세계의 유정이 점차 문을 닫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미 석유자본 이익률 떨어질 때마다…

석유의 매장지가 특정지역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석유의 고갈위험이 현실화되기 전부터 석유전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영국의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2001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 내 유전들은 전체로 볼 때 앞으로 10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영국의 경우도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할 경우 가채연수가 5년에 불과하다. 이런 위기의식은 두 나라로 하여금 중동의 패권을 탐내게 하지 않았을까 중동지역에는 최대 100년까지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이 몰려 있다. 미국과 영국은 결국 이라크를 침략했다.

2001년 <자원의 지배>라는 책을 통해 중동전쟁이 임박했음을 예고한 마이클 클레어(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햄프셔대학 평화 및 세계안보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냉혹한 자원추구는 미소 대립관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긴박감에 의해 가려졌다”며 “충분한 양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석유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점점 더 격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석유공급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군사력 사용을 통한 해결도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이라크 침략에서 미국인들의 70%가 “이라크에 생화학무기가 없더라도 전쟁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경제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79년 2차 석유파동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989~90년에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이어진 걸프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가 없는 나라일수록 타격의 강도는 컸다. 그런데 앞으로 석유를 통제하는 자들은 세계 모두의 이익을 위해 석유가격을 안정시키고, 석유를 과연 사이 좋게 나눠쓸 것인가? 캐나다 요크대학의 닛잔과 비클러 교수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석유자본과 군수자본의 역할을 분석한 두 교수가 <리뷰 오브 인터내셔널 폴리티컬 이코노미> 1995년 여름호에 발표한 한 논문에는 매우 독특한 분석(그래프 참조)이 실려 있다.

그래프는 미국의 핵심 석유자본과,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를 장기간에 걸쳐 비교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소름이 끼친다. 미국 석유자본의 이익률이 포천500기업의 이익률 이하로 떨어졌을 때마다,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은 이들의 이익률을 급격히 회복시켜주었다. 두 교수의 제자인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홍기빈씨는 “이는 이들이 전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동정세는 계속 혼돈 속으로

석유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과 미국의 석유자본, 그리고 다른 석유부국들이 결코 세계경제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이들의 이해에 따라 중동정세는 앞으로도 더욱 불안해질 것이고, 석유가격은 춤을 출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후반 석유빈국들의 관심은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이었고,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안정된 가격’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석유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이 현실화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면, 이제 ‘석유 그 다음’을 위한 대비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한겨레21 2003년 0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