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왜 없어졌나

 

1억6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오던 공룡이 6천5백만년 전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다. 왜 공룡들이 갑자기 사라졌을까. 이러한 미스터리는 1820년대 공룡화석이 처음 발견된 후 1백70여년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공룡멸종의 원인을 밝혀보려는 노력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1년이면 3-4개씩 튀어나오는 멸종이론들 중 어느 것도 공룡이 왜 지구 상에서 자취를 감췄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학자가 그 미스터리를 풀 새로운 공룡멸종설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이론은 경희대 김상준교수가 발표한 ‘대기권 재진입 충격이론’이다.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 그 파편이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갔다가 다시 떨어지는데, 이때의 충격으로 지구 대기는 평균 2천℃의 고열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것이 공룡을 타 죽게 했을 것이라는 것이 이론의 요지다.
김상준교수가 제기한 공룡멸종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지금까지의 이론과 그 맹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교적 학계에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공룡멸종설은 ‘핵겨울설’이다. 핵겨울설은 운석 충돌로 발생한 먼지가 지구 대기를 덮는 바람에 햇빛이 차단됨으로써 지구에 빙하기가 왔다는 이론이다. 공룡이 멸종됐던 백악기 말과 신생대 제3기 사이에 바다에 녹아있던 탄산칼슘의 용해정도가 갑자기 증가했는데, 이는 당시 지구 전체에 빙하기가 왔다는 증거다. 또 호주가 남극대륙으로부터 분리된 것 역시 지구가 갑자기 추워진 결과로 제시되기도 한다.

1994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운석 충돌로 발생한 엄청난 황산구름이 지구를 뒤덮어 동물을 전멸시켰다는 새로운 이론을 이례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공룡이 멸종됐을 당시 운석 충돌로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분화구에서 엄청난 황산이 발견됨에 따라 유추된 이론이다. 이 이론 역시 운석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바는 없다.

만약 핵겨울설이 사실이라면 다음과 같은 공룡 멸종 시나리오를 꾸며볼 수 있다. 운석이 충돌하면 국부적으로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급증해 짧은 기간 동안 온실효과가 발생한다. 또 운석 충돌로 생긴 황산구름이 대류에 의해 지구 전체에 산성비를 뿌린다. 그리고 운석 충돌로 생긴 먼지가 지구 대기를 떠돌아 칠흑같은 어둠이 오면서 지구는 추워진다. 이 과정에서 공룡은 타 죽거나 먹이가 없어 죽거나 얼어 죽는다. 물론 핵겨울설은 공룡이 멸종한 결정적인 이유로 추위를 꼽는다.

그러나 명쾌한 듯 보이는 핵겨울설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공룡이 멸종된 백악기 말 지층과 신생대 제3기 지층 사이(K/T경계지층)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보통의 지각보다 30배가 많은 이리듐(iridium)이 발견되고 있다. 이리듐은 운석이 충돌하거나 화산이 폭발한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금속이다. 또 K/T경계지층에서는 코사이트(cosite, 고압석영)가 보이는데 이것 역시 운석 충돌의 결과로 보인다.

현재 이리듐과 코사이트는 공룡이 멸종될 당시의 환경을 증언해 주는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핵겨울설은 이리듐과 코사이트가 전세계적으로 발견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또 화산폭발로도 이리듐과 코사이트가 생길 수 있어 핵겨울설은 설득력을 잃는다.
그래서 핵겨울설을 보완하기 위해 운석 충돌이 거대한 화산 폭발을 불러 일으켰다는 설도 제기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정반대 화산현상이론’은 운석과 같은 충돌이 있으면 지구의 반대쪽에 엄청난 반사 충격파가 전달돼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학계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김상준교수의 제기한 ‘대기권 재진입 충격이론’은 ‘정반대 화산현상이론’과 마찬가지로 핵겨울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푸는데서 출발한다. 김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이렇게 설명했다.

 

40분 동안 지구는 2천℃의 오븐상태

“6천5백만년 전 지구에는 지름이 10km에 달하는 운석이 초속 20km로 충돌했다. 이때의 충격으로 국지적으로 2만℃에 이르는 엄청난 열이 발생했다. 충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충돌 후 생겨난 운석의 파편들이 대기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초속 10km로 대기권과 2차 충돌을 일으킨다. 이때의 충격으로 지구 전체는 40여분 동안 한마디로 2천℃의 전자오븐 상태가 됐다. 공룡이 거의 익어버리는 순간이다.”

김상준교수는 천문학계에서 목성(Jupiter)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94년 7월 미항공우주국의 초청으로 애리조나주 스트워드천문대를 방문해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면서 일어난 여러가지 대기현상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만약 ‘지구에 운석이나 혜성이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하고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시도했다. 이것이 오늘의 대기권 재진입 충격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김교수의 이론은 우선 전세계적으로 K/T경계지층에서 이리듐이 발견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2차로 진입한 운석의 파편이 균일하게 지구 전체로 퍼지기 때문이다. 또한 행성과 외부 천체의 충돌 자료에 근거한 모델이므로 매우 과학적이다.
그러나 몇가지 궁금점이 생긴다. 목성은 수소와 헬륨, 그리고 적은 양이지만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등의 기체로 이뤄져 있다. 이에 비해 지구는 딱딱한 고체로 이뤄져 있다. 어떻게 혜성이 충돌한 목성과 운석이 충돌한 지구를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김교수는 “초속 10km로 날아오는 천체가 충돌한다면 고체인 지구와 기체인 목성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한다.

두번째 의문은 지구 대기의 온도가 2천℃에 이르렀다면, 지구의 환경과 생물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점이다. 높은 온도에서 급속하게 녹았다가 냉각되면 유리질 암석이 생긴다. K/T경계지층에서 발견되는 코사이트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높은 온도라면 모든 생물이 죽어 오늘날에 살아남은 생물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가진 의의를 설명해 준다. “지구 대기의 변화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것은 천문학자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순간적으로 대기가 데워졌기 때문에 많은 생물들이 멸종했을 것이라는 추측만은 가능하다. 대기권 재진입 충격이론은 당시 운석의 충돌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결국 공룡이 멸종한 직접적 증거로 채택되려면 아직 대기학자, 지질학자, 생물학자들의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다.”

“김상준교수의 이론은 공룡이 멸종하기 전의 환경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충남대 천문학과 김용하교수는 덧붙인다. “이 이론에서 공룡 멸종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김용하교수의 조언처럼 ‘대기권 재진입 충격이론’이 왜 공룡이 멸종했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 이론은 현재 공룡멸종의 미스터리를 풀 새로운 열쇠라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운석의 충격

공룡의 멸종은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지층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점을 K-T(K는 그리스어로 백묵이라는 뜻의 ‘Kreta’에서 온 것이고 T는 신생대 제3기 ‘Tertiary’에서 따온 것이다) 경계라 부른다. 전세계에 분포하는 K-T 경계를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공룡을 포함한 대전멸에 대한 새로운 가설이 제창됐다. 이 경계에는 약 2cm 두께의 붉은 점토층이 있는데, 이 층을 조사한 결과 평균보다 30배나 많은 이리듐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리듐은 지표에서 매우 드물게 산출되는 중금속이다. 보통 우주로부터 떨어지는 우주먼지 속에 함유돼 있거나 더 드물게는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오는 지구 내부물질(맨틀)에 섞여있다.

그런데 K-T 경계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리듐의 양이 함유된 것은 지름 약 10km 정도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중생대가 끝나는 어느날 운석은 시속 10만km의 속도로 지구를 강타했고 이로 인한 첫번째 폭발로 반지름 4백-5백km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파괴됐다. 이 충격은 지진을 일으켜 연속적인 화산분출이 시작됐다. 운석 자체는 충격과 함께 산산조각나면서 거대한 먼지구름과 가스, 화재로 인한 숯 검댕이, 그리고 수증기를 성층권으로 올려보냈다. 뜨거운 운석조각들이 다시 대기권에 떨어질 때 지구에는 갑자기 약 40분간 2천℃ 전자오븐에 들어간 효과가 나타난다. 하늘을 뒤덮은 먼지는 점차 지구를 덮어 약 3개월 동안 계속되는 암흑의 세계, 즉 핵겨울이 도래한다. 이 먼지구름에 포함된 수증기는 강력한 열과 화학적 작용에 의해 대기의 질소와 결합해 질산을 만들고, 결국 강한 산성비가 뿌려진다.

이 악조건에서 공룡들은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던 육상동물은 시체를 먹는 조그만 동물과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취하는 포유류나 새들이었다. 바다에는 플랑크톤이 죽어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커다란 해양파충류가 사라졌다. 또 바다생물의 주요 서식지인 얕은 해역(대륙붕)에 산소가 적게 포함된 깊은 바닷물이 올라오고, 산성비가 내린 탓에 바다생물은 전멸해버리고 말았다. 이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후기 삼첩기에 운석의 충돌에 의해 ‘운좋게’ 번성한 공룡은 백악기 말 다시 떨어진 커다란 운석에 의해 ‘운나쁘게’ 멸종한 것이다.

만약 지름 10km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다면 그 장소는 어디인가. 계산상으로 지름 약 1백80km의 분화구가 발견돼야만 한다. 그러나 운석충돌 이론이 발표됐을 당시 이런 크기의 분화구는 육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운석이 바다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1990년 분화구의 잔해가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북서쪽에서 발견되면서 운석충돌 이론이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폭발 때 생겼을 잔해들이 그 장소에서 8백km 떨어진 지역에서도 발견돼 폭발 당시의 엄청난 힘을 알려줬다.

 


 

화산의 위력

K-T 경계층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리듐을 함유하고 있는 부위는 보통 두께 30-40cm의 퇴적층 속에 나타난다. 이 두께는 최대 60만년의 시간 간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긴 기간 동안 이리듐이 연속적으로 함유된 원인을 외계가 아니라 지구의 맨틀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즉 연속적인 화산분출이 공룡을 전멸하게 한 기후변화를 야기시켰다는 의미다. 거대 규모의 화산작용이 환경에 미친 영향은 운석의 충돌 효과와 매우 유사하다.

확실히 6천6백만년 전 인도의 데칸 지역에 거대한 화산분출이 시작됐으며, 그 후 간헐적으로 1백만년 동안 화산활동이 계속돼 2천4백m 두께의 데칸고원이 형성됐다. 그러므로 화산분출은 이리듐이 풍부한 용암을 지표로 끌어올렸으며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내 궁극적으로 해양을 산성화시켜 해양생태계를 붕괴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은 공룡들이 생존하고 적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변화다.

화산활동은 또다른 방법으로 공룡에게 고통을 주었다. 둥지의 알을 파괴시키는 일이다. 화산재 속에 함유된 원소 셀렌(Se)은 특히 태아에 매우 유독하다. 또 달걀에 조그만 양이 포함돼도 부화가 안된다. 즉 초식공룡이 셀렌을 함유한 화산재가 덮인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매우 적은 숫자의 새끼가 부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종족번식이 줄어들어 먹이사슬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명백히 지구의 기후는 백악기 말로 갈수록 변하고 있었다. 또한 두개의 큰 재앙, 운석충돌과 대규모의 화산활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3가지 사건들이 복합된 효과가 전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규모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결국 공룡의 멸종을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떤 이론도 공룡의 멸종에 관한 우리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충족시키지 못한다. 모든 공룡을 전멸시켰으면서 악어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그런 종류의 사건이란 대체 무엇일까. 왜 하늘을 나는 파충류인 익룡은 사라졌지만 새는 살아남았을까. 상당한 수의 바다생물이 전멸했지만 바다거북과 산호가 무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6천5백만년 전 대전멸의 사건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기억할 것은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결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있는 우리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으리란 점이다. 신생대가 시작되면서 공룡이 사라지고 난 텅빈 생태계에 포유류가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포유류는 곧 땅 위에서 주인이 됐고 바다와 하늘로도 그 세력을 넓혔다. 결국 4백만년 전 최초로 인류의 조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