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두뇌의 신비] 기쁨의 정체 - 기분 좋으면 '도파민' 퐁퐁
 

알코올 니코틴 등 흡수때 많이 나와

비정상적 분비 반복되면 중독

사람마다 즐겨하는 일이 다른 것은,뇌가 큰 기쁨을 느끼는 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인내로 마라톤 전구간을 완주해냈을 때에, 다른 이는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작품을 마침내 완성했을 때, 또 다른 사람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때 기쁨을 느낀다. 이런 것이 사람마다 각기 다른 행동의 동기를 이룬다.

사람의 뇌에서 기쁨을 자각해 행동의 동기를 유발하는 부위를 '대뇌보상계'라고 하며, 전기나 약물로 이곳을 자극해도 쾌감을 느끼게 된다.

캐나다의 신경과학자 올즈와 밀너는 쥐를 상자 안에 넣어두고 쥐가 스스로 레버를 누를 때마다 뇌에 전기 자극을 받게 함으로써 동물의 뇌에 쾌감을 매개하는 부위가 있음을 알아냈다.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이 가게 했을 때 쥐가 쾌감을 얻고자 자꾸 레버를 눌렀던 것이다. 그 후 사람에게도 같은 역할을 하는 부위, 즉 대뇌보상계가 있음이 밝혀져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됐다.

사람과 동물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먹는 것이나 성(性)과 관련한 자연적인 행동에 있어서도 대뇌보상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음식이나 성을 통해 일어나는 뇌의 기쁨을 보상으로 얻고자 그와 같은 행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경우는 사회적 행동, 물질을 얻기 위한 행위 등도 대뇌보상계를 통해 유지된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일의 어렵고 힘든 정도와 성취감, 그리고 그에 따른 보수의 만족도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대뇌보상계가 '기쁨'의 정도를 결정한다. 이 기쁨이 약하면 일의 흥미를 잃게 되고, (때려 치우고 싶다!) 강할수록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큰 기쁨을 느낄 때 대뇌보상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대뇌보상계는 전전두엽피질과 중격측좌핵, 복측피개영역이라 불리는 부분들이 연결되는 신경회로로 구성돼 있다.<그림 참조>

그 중에서도 특히 중격측좌핵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보상 체계가 작동해 기쁨을 느끼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쥐나 원숭이를 상자 속에 넣어 놓고,레버를 스스로 누를 때마다 혈관 속으로 약물이 들어가도록 장치하면, 보상 효과가 높아서 쾌감을 많이 주는 약물일수록 레버를 누르는 횟수가 늘어난다. 약물을 혈관 대신 뇌의 중격측좌핵에 직접 투입되도록 해도 마찬가지다.그러나 중격측좌핵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을 감소시키거나 차단하면 효과가 사라진다. 도파민이 바로 '기쁨'의 원인인 것이다.

사람은 약물이나 도박,혹은 인터넷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에 대해 집착하고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행동이 깊어져 병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을 보통 '중독'이라고 부른다.

알코올.니코틴.도박 등 중독의 대상은 다양하지만 중독이 일어나는 뇌의 과정을 보면 예외 없이 중격측좌핵에서의 도파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중독성 약물인 암페타민은 도파민을 과다 분비시키고 분비된 도파민이 신경 말단에서 흡수돼 없어지는 것도 방해한다.

담배 속의 니코틴도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종류의 약물이지만 모두 중격측좌핵 내에서의 도파민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도파민의 증가를 가져오게 한다.

이같은 효과가 반복되면 대뇌보상계가 점차 약물 중독물질의 영향을 크게 받고 도파민의 양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못하는 병적 상태로 바뀔 수 있다.이렇게 보상계의 정상 상태가 무너진 뇌가 결과적으로 중독이라는 이상 상태를 낳는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김정훈 연세대 의대교수 생리학 교실

중앙일보 200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