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에게 던져 보았을 물음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에는 육신의 본능대로만 살기 때문에 자아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저 본능과 감정에 이끌리는 대로 살다가 사춘기가 되서야 자아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해도 나의 존재나 삶의 목적부터가 불분명하니 알기 어렵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답해 보겠습니다.

1. 나는 나의 여러 가지 특질이다.

나를 보고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이름이 ○○○ 이고, ○○○에 살고 있으며, 나이는 ○○살이고, 키는 ○○cm에,
몸무게는 ○○kg이며, 성격은 ○○○하고, 얼굴은 ○○○하게 생긴 사람이다 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일시적인 특질로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름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바꿀 수 있고, 주소는 이사 가면 바뀌며, 나이는 매년 바뀌고, 키도 조금씩 늘거나 줄고,
몸무게도 변하며, 성격도 바뀔 수 있고, 얼굴은 성형수술 하면 바뀝니다.
그러므로 나의 특질이 나를 완전히 표현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2. 나는 감각과 인식의 주체이다.

나는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 보는 감각과 인식의 주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충격 속에 헤메일 때 내가 살았나 확인해 보기 위해 우리는 뺨을 꼬집어 봅니다.
그래서 아픈 감각이 있으면 '아직 내가 살아 있구나!' 라고 안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봉사가 안 보인다고 나를 잃어 버릴까요?
귀머거리가 안 들릴다고 내가 없어지나요?
충농증에 걸려 냄새를 맡을 수 없어도 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감각할 수 없어도 나의 존재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잠자고 있는 동안이나 혼수상태에서는 감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감각과 인식의 주체가 나를 완전히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3. 나는 생각의 주체이다.

데카르트의 제1명제(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생각나게 하는 명제입니다.
생각이란 나의 뇌가 연산, 기억, 판단, 상상 등 사고활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감각이 없어져도 나는 생각할 수 있으므로 현재 생각하는 나가 나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멍하니 지내거나, 잠 잘 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때에도 여전히 나를 상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각한다는 것은 나의 일시적으로 뇌가 활성화 된 상태이지 영속적인 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은 인공지능 컴퓨터도 할 수 있습니다.

 

4. 내 육신이 나이다.

가장 실존적으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내 육신이 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로 내 팔이나 다리가 절단되도 여전히 나는 존재합니다.
또한 앞으로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뇌를 제외한 모든 장기와 근육과 피부를 교환해도 여전히 나는 존재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남은 내 뇌가 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뇌는 정교한 신경망이 융합된 조직이지 뇌라는 물질 자체가 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내 신체가 나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5. 나는 과거 기억의 종합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물음에 나는 "저는 ○○○○년 ○○월 ○○일에 ○○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한 기억이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 대학에서 ○○를 전공했고, ○○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 직장에 다니다가, ○○○와 결혼해서,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정확한 기억은 다른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으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한다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과거의 기억은 잊혀질 수는 있어도 변경되지 않으며 자아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됩니다.
만약 기억 상실증에 걸려서 내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린다면 내 자아는 상실되고 딴 사람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연구소에서 그 사람의 과거 기억을 지워 버리고, 새로운 기억을 이식함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순진한 사람도 기억을 지우고 잔인하고 난폭한 기억을 이식하면 감정의 요동 없이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살인기계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뇌된 사람은 비록 육신은 같지만 이전의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컴퓨터의 하드 드리아브에 저장된 메모리 같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렸거나 완전히 세뇌되거나 미친 사람은 이미 자아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한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사진이나 캠코더를 찍습니다.
나중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과거의 자아로 돌아가 추억게 잠깁니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오면 자신의 앨범을 보여 줌으로써 자신의 실체를 밝혀줍니다.
요즘 유행하는 복고열풍은 사람들이 과거에 즐기던 장난감이나 팝송 등으로 과거의 자아를 찾으며 안도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추론과정을 놓고 볼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나는 과거 기억의 종합이다.'라는 명제가 가장
정확한 답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