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호르몬 '세로토닌' 흔들어 깨워라

 

"세로토닌은 상대방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서 사람을 눈멀게 하거든…. 니들 영희가 못 생겼다며 민수에게 헤어지라고 했다며? 아무리 말해봐라. 지금은 세로토닌 때문에 안돼. 2년쯤 지나면 모를까…"

요즘 인기 절정의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류희진 역)이 한 대사다.

세로토닌(serotonin)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 혈액(sero)에서 분리한 활성물질(tonin)이란 의미다. 세로토닌은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안겨준다. 또 기분을 좋게 하며, 생활에 활력을 준다.

◆숙면과 다이어트에 효과적=복잡한 인간의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지금까지 수십 종이 발견됐다. 그러나 그 역할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몇 안 된다. 이 중 노르 아드레날린은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량 분비된다. 도파민은 너무 기쁘고 쾌락이 느껴질 때 나오는데 중독성이 있어 지나치면 몸에 도리어 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은 심신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많이 분비된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덜 만들어지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다음 네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감정이 불안정해져 근심.불안.우울감에 빠지기 쉬워진다.

현재 사용 중인 대다수 우울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거나, 뇌 속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약이다. '행복해지는 약'이란 별명이 붙은 프로작이나 졸로푸트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교수는 "여성 우울증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도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다"며 "여성은 세로토닌의 혈중 농도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생리 전후 우울감이 더 심한 것도 여성호르몬이 뇌를 자극해 세로토닌 분비를 변화시키는 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둘째, 때때로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 자살한 사람의 세로토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불면 등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

넷째, 식욕이 증가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살을 찌우는 탄수화물(당질)이 먹고 싶어진다. '리덕틸'이란 비만치료제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켜 식욕을 떨어뜨리는 약이다.

반대로 세로토닌의 분비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증가하면 성욕이 떨어지고, 사정이 잘 안 될 수 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다폭세틴'이란 조루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의 부작용(사정 곤란.지연)을 이용한 약이다.

◆잠자는 세로토닌을 깨워라=한강성심병원 신경정신과 함병주 교수는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려면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어야 한다"며 "트립토판은 몸안에서 생성되지 않으므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고 설명한다.

트립토판은 모든 종류의 고기에 들어 있다. 특히 돼지고기.오리고기에 풍부하다. 우유.치즈.무화과.바나나.초콜릿.생선도 훌륭한 트립토판 공급식품이다.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는 것도 트립토판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세로토닌이 감소된다"며 "햇빛을 충분히 쬐고, 많이 웃으며, 가능하면 밝게 살려고 노력할 것"을 권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벼운 운동을 권하는 이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세로토닌 기능을 이용한 의약품.식품

우울증 치료제(프로작.졸로푸트 등):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거나 뇌에 더 오래 머물게 한다

비만 치료제(리덕틸):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조루증 치료제(다폭세틴): 세로토닌의 부작용(사정 곤란.지연)을 이용한다

불면증 개선 식품: 우유.치즈.무화과.바나나.생선 등은 트립토판을 다량 함유해 수면 유도

 

세로토닌과 식욕의 관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세로토닌 감소, 식욕 증진

-불쾌감.위기감을 느낄 때: 세로토닌 감소, 식욕 증진

- 오감의 쾌감을 느낄 때: 뇌의 진통성분 증가, 세로토닌 증가, 식욕 억제

- 창의적인 활동으로 의식이 높아졌을 때: 뇌의 진통성분 증가, 세로토닌 증가, 식욕 억제

 

자료: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신경정신과

 

중앙일보 2005-07-11